노조 출신 홍영표, 노동계와 ‘전면전’ 선포…“기업에 부담”
2019-03-11 18:30
제조업 르네상스·혁신 성장 등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 성장 전략 강조
데뷔 무대이자 마지막 교섭단체 연설서 대기업·공기업에 ‘고강도 메스’
데뷔 무대이자 마지막 교섭단체 연설서 대기업·공기업에 ‘고강도 메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말투에는 결기가 느껴질 정도였고, 목에는 핏대가 수차례 섰다.
지난해 5월 민주당 원내사령탑에 오른 홍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홍 원내대표는 오는 5월 임기를 마친다. 지난해 9월 정기국회에는 이해찬 대표가 연단에 올랐었다.
노동전문가로 통하는 홍 원내대표는 1982년 한국GM 전신인 대우자동차에 차제부 용접공으로 입사해 현장 노동운동가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1992년 창설을 준비 중이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준비위원회의 준비위원을 맡아 국내 양대 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 창설에 기여를 했다.
이날 대표연설이 화제가 된 이유도 이 같은 홍 원내대표의 ‘전력’ 때문이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 그것도 노동계 ‘대선배’인 그의 발언에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노조 출신’인 홍 원내대표는 파업을 거듭하고 있는 강성 노조에 비판적 행보를 이어왔다.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가 노조 문제에 대해 상당한 책임의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원내대표로서 집권 3년 차로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안정적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사회적 대타협의 사례로 광주형 일자리 합의와 택시-카풀 합의를 예로 들었다. 그는 “노동계는 ‘해고는 살인’이라며 유연성 확대를 거부하고, 경제계는 안정성을 강화하면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반대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동 유연성 확보와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민감한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업무량의 증감에 따라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노동개혁 담론에 당·정·청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당장 ‘친정’인 노조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실제 민주노총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소득주도 성장’ 표현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은 대신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주문하는 모습에서 오만한 편향성을 드러냈다”면서 “제도적·관행적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기울어진 운동장에 매달린 노동자에게 끊임없이 양보와 타협을 종용하는 모습을 보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현재도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노동정책 우경화’를 하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다.
또한 홍 원내대표는 ‘제조업 르네상스’와 ‘규제 샌드박스’, ‘혁신성장’ 등 문재인 정부 3년 차의 성장 전략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라도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2030년까지 매년 1조원씩 소재 및 부품산업 R&D에 투입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 전지 투자도 늘리고 2028년까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선행기술 개발에 2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정부 여당은 혁신성장의 속도를 높여 ‘제2의 벤처붐’을 만들겠다”면서 “2022년까지 벤처 지원을 위해 1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유니콘 기업도 20개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하도급법 개정, 공정거래법 개정,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한 ‘포용 국가’ 실현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