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손배소 대신 자성할 때"…'성폭행 의혹' 김기덕 감독 규탄

2019-03-07 16:08
​김기덕, 여성민우회 상대로 3억원대 명예훼손 손해배상소송 제기

'영화배우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주도로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오른쪽 첫째)이 발언하고 있다. [박경은 기자, kyungeun0411@ajunews.com]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를 포함한 여성단체가 김기덕 영화감독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규탄했다. 김 감독은 최근 여성단체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3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영화배우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덕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반발 심리 및 행동)"라며 "피해자와 지원단체를 협박하는 김기덕에게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혜란 여성민우회 공동대표를 비롯해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 남순아 한국독립영화협회 성평등위원, 이상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박건식 MBC 'PD수첩' PD,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참석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 감독은 지난달 12일 민우회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신의 새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 논란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날 개막하는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지만 민우회가 영화제 측에 선정 취소를 요구했고, 이 때문에 개막작품은 유지하되 김 감독은 초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도 미뤄졌다.
 

'영화배우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주도로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왼쪽 둘째)가 발언하고 있다. [박경은 기자, kyungeun0411@ajunews.com]


강혜란 공동대표는 "김기덕 감독은 (영화 현장을 인권침해 현장으로 만든) 행위를 부인하고 반성과 사과조차 하지 않으며 심지어 피해자와 진실을 규명하려는 언론과 단체를 고소했다"면서 "스스로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힘줘 말했다.

김 감독 신작이 해외 판매와 개봉이 어려움을 겪는 데 대해서는 "영화계 인권침해와 성폭력 문제를 공유하고, 문제 해결로 인권이 중심이 되는 성평등한 영화 환경을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열망으로 이뤄진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건식 PD도 소송 청구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그는 "여성 인권 시민단체에 억대 규모의 소송을 제기해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이야말로 언론 탄압이며,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김 감독은) 법적 대응이 아닌 본인의 과거를 차분히 자성하고 성찰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PD는 지난해 3월 PD수첩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편을 통해 김 감독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자들 인터뷰를 내보내 김 감독에게서 두 차례 형사고소와 방송정지가처분 신청을 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PD수첩 제작진과 피해자 모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백미순 상임대표는 "민우회가 한 일은 여성 단체가 마땅히 해야 하고 다른 단체라도 나서서 했을 일"이라며 "이런 공익활동에 손배소를 청구한 것은 성폭력을 끝장내고자 하는 여성들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공대위는 여배우 A씨가 김 감독을 폭행과 강요, 강제추행치상 등으로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된 데 대한 의견도 밝혔다. 

최란 상담팀장은 "증거불충분은 피해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면서 "성폭력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상길 수석부위원장은 김 감독이 A씨를 무고죄로 고소했지만 기소하지 않은 사실을 거론하며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건 피해자 진술이 거짓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배우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주도로 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박경은 기자, kyungeun0411@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