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문학] 주식·펀드주도성장
2019-03-06 14:31
국가주의적이라고 지적할지 모르겠다. 펀드나 주식 수익률을 높이면 국부도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자본시장에서 일해야 한다. 물론 반도체나 자동차를 외국에 파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자본시장 참여자 하나하나가 제 몫을 못하면 수출로 쌓아온 국부가 샐 수 있다. 자본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야 세계적인 기업과 우수한 인력을 가진 우리나라 경제도 비로소 꽃피울 수 있다는 얘기다.
막연하게 들린다면 숫자로 얘기할 수도 있겠다. 지금 다니는 자산운용사에서 자산을 37조원쯤 맡고 있다. 수익률을 1%만 높여도 국부를 3700억원가량 늘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열매를 외국인 투자자만 챙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외국인이 번번이 큰돈을 벌어들여 국부를 앗아간다는 사실에 속상해 왔다. 비결은 주식을 사고파는 타이밍에 있다. 간단한 얘기다. 값이 쌀 때 많이 산다. 외국인은 외환위기 무렵부터 2004년까지 우리 주식을 거침없이 담았다. 외환은행(KEB하나은행으로 합병)이나 제일은행(상장 폐지),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이 일시적으로 위험에 빠졌을 때 헐값에 사들인 것도 외국인이다.
반대로 개미(개인투자자)는 이럴 때 투매에 나선다. 결국 쌀 때 많은 주식을 확보한 외국인이 시장을 쥐락펴락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개미는 여기에 휘둘려 우왕좌왕해 왔다.
외국인처럼 주식을 사고파는 가치투자자는 우리나라에 많지 않다. 국부가 부동산에 치우쳐 있기도 하다. 그나마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미도 대부분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한다. 지그시 투자하지 않으면 높아지는 기업가치나 늘어나는 배당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
머지않은 사례부터 들자. 코스피는 2018년 하반기 들어 크게 떨어졌다. 연고점에 비해 24% 가까이 내리기도 했다. 이때 개미는 물렸고, 미리 발을 뺐던 외국인은 사기 시작했다. 정반대라면 얼마나 좋을까. 외국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도 가치투자자가 많아져야 한다.
자본시장 세제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많아졌다. 세제를 바꾸는 일은 한국은행에서 빠져나온 돈을 어디로 흐르게 할지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 종합부동산세를 줄여준다고 치자. 많은 돈이 부동산 쪽으로 흘러가 거품을 만들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강화해도 돈은 바쁘게 움직인다. 많은 이자를 주는 하이일드채권이나 짭짤한 배당수익률을 안겨주는 고배당주에서도 돈이 빠져나간다. 즉, 세금 없는 자산을 찾는다는 얘기다. 2013년이 그랬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됐다. 브라질채권처럼 금융소득세가 없거나 많지 않은 자산으로 돈이 흘러갔다.
국회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가 바빠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내리다가 없앤다는 당론을 정했다. 두손을 들어 반길 일이다. 이참에 보다 많은 개혁으로 자본시장을 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자본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국부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도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장기적으로 보유한 주식이나 펀드에 대한 세금 줄이기를 꼽을 수 있다. 그러면 보다 많은 돈이 가치투자할 수 있는 기업으로 흘러들 것이다. 장기투자가 늘고, 배당투자가 늘고, 가치투자가 늘면, 그래서 가계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이 늘어나면, 그 효과는 어떤 경기부양책보다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