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준비안된 회담 실패 불러"…"전화위복 될 수도"
2019-03-03 16:25
WSJ "양측 간극 너무 컸다"…"트럼프 정치적 이익 얻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가운데, 하노이 실패에 대한 미국 언론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은 성급한 회담의 개최가 합의 불발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양측 정상들이 만남 추진에만 급급해 둘 사이의 커다란 간극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합의보다는 노딜이 낫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합의는 한번 맺어지면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신중한 접근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하노이 담판 예고된 실패"…NYT "과도한 자신감으로 협상 계산 실패"
결국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의 '제재 완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WSJ은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의 가치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영변 핵시설이 북한 핵프로그램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영변 핵시설 부분폐쇄'에 대한 대가로 그만큼의 제재를 풀기는 어려웠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WSJ은 특히 이처럼 간극이 큰 상황에서는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직 관료들 사이에서는 "(하노이 회담은) 열리지 말았어야 하는 회담이다"라는 불평도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노이의 실패가 양국 정상의 오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정상회담에 관여한 당국자 6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모두 계산을 잘못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일괄타결을 내밀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실무진은 이 같은 제안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또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로 미국의 제재완화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틀린 것이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NYT는 "결국 과도한 자아(ego)가 나쁜 베팅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하노이의 실패 전화위복일 수도"
미국 내부에서는 차라리 '노딜'이 낫다는 평가도 있다.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은 이번 회담의 실패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정치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새모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실패는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어렵고 복잡한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떤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려줬을 것"이라면서 "이처럼 당혹스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회담은 제대로 준비된 뒤에야 추진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만을 상대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새모어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가 온건파라는 인상을 심어줬을 것이지만, 이번 하노이 회담을 통해서 김 위원장은 이제 북한은 과거 미국 정부들과 그래왔던 것처럼 힘든 협상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북한과의 협상 지속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비관적이었던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무기 비확산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는 향후에도 미국이 바라는 좋은 협상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루이스는 NPR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북한은 핵무기를 통해 인도, 중국, 파키스탄과 같은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면서 "과연 트럼프 타워나 맥도날드 같은 것과 이 지위를 바꿀 것이라고 믿나?"라고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 무기를 모두 포기하는 것은 액션 영화에나 나오는 판타지 같은 일이다. 이것은 현실의 국제정치와는 다르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