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확정에도 논란 여전

2019-02-28 07:53
위원 구성 공정성 문제ㆍ기업 지불능력 제외 등 시끌
내년 심의 적용하려면 내달 중순까지 국회 통과해야
경제상황 고려 내년 최저임금 8350원서 소폭 오를 듯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등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8350원을 기준으로 인상폭 등 구간이 설정되면 그 범위 내 노·사·공익위원 심의로 최종 결정된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논란이 됐던 기업의 임금 지급(지불) 능력은 빠지고 고용률 등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 등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최근 경기 침체에 고용 사정이 나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8350원에서 소폭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을 확정, 발표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자료=고용노동부]

최종안에 따르면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된다. 구간설정위는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위원 9명이 최저임금의 상·하한을 정한다.

결정위는 그 범위 안에서 노·사·공익위원 심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노·사·공익위원을 7명씩 총 21명으로 구성하되 공익위원 7명 중 3명은 정부가, 4명은 국회가 각각 추천한다. 노·사 위원은 주요 노·사 단체 추천을 받아 위촉하되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 지불 능력은 배제되고 고용 수준, 경제성장률 등이 추가된다.

전문가들은 기업 지불 능력을 수치화하기 어렵다며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기업 지불 능력은) 결과적으로는 고용의 증감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 기준으로 보완될 수 있고, 기업 지불 능력을 보여주는 영업이익 등 지표는 경제 상황의 지표와 겹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이원화되면서 위원 구성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과 함께 노사 반대 등 넘어야 할 산은 여전하다.

특히 구간설정위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최종안은 구간설정위에 참여할 전문가로 노·사·정이 5명씩 총 15명을 추천하고 이 중 노·사가 3명씩 순차 배제해 9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 중 노·사가 배제하지 않은 인물만 남게 된다면 자기 소신이 없는 허수아비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정위원회 공익위원 7명 중 4명을 국회의 추천으로 위촉하는 것도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추천 공익위원 배분을 두고 여·야가 자신의 몫을 차지하기 위해 소모적 다툼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 지불 능력 조항이 빠진 점도 쟁점이다.

재계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서 초안에 포함됐던 ‘기업 지불 능력 조항’이 제외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정부 개편안 발표 직후 공동 입장 자료를 내고 “기업의 지불 능력을 초과한 임금 인상은 기업이 제품가격을 인상하거나 고용 축소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 국민 경제적으로도 물가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안의 최저임금 결정기준에서 논의 초안에 포함돼있던 기업 지불능력을 제외하고 결정위원회 공익위원 추천 시 노사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등의 문제는 반드시 수정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기업 지불 능력이 감안될 경우 사업주의 무능력에 따른 경영난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결국 최저임금이 낮은 수준으로 결정될 수 있다며 반대한다.

민주노총은 또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노동 문제는 온데 간데 없고, 저임금 노동을 해결하자는 노동자와 계속 싼값에 일 시키겠다는 사용자 사이 교섭갈등을 문제 삼은 결정구조 개악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최종안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최저임금법상 고용부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요청하도록 돼 있다.

임 차관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부터 적용하려면 법 개정이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완료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