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칼럼] 일자리 통계 단상
2019-02-25 05:00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월 고용동향을 보면 농림·어업 종사자가 전년 동월 대비 10만7000명 증가하였다. 1월의 전체 일자리 증가폭은 전년 동월 대비 1만9000명이었는 데 말이다. 농림·어업 취업자 총 숫자가 110여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농어민이 10%쯤 증가한 셈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1년 전체로 보았을 때 농림·어업 분야 취업자 증가폭은 6만2000여명에 달했다. 취업자 증가폭의 대부분인 5만9000여명이 60대 이상이었고, 이 중 농촌이 90%를 차지했다. 그리고 증가폭의 반이 조금 넘는 3만2000만여명이 무급가족종사자로 파악되고 있다. 무급가족종사자가가 이처럼 많다는 것은 귀농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자영업이나 근로자로 일하다가 폐업이나 실직을 하고 나서 귀농을 한 사례들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농림어업종사자 증가 통계가 많이 나타난 경남을 보면 조선업이 급격히 부진해지면서 조선 분야 근로자들이 실직을 하고 특수작물 재배농가나 대체작물 재배농으로 탈바꿈한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조선업이 가장 발달했던 경남지역의 2018년 수출은 전년 대비 32% 감소했고, 건설수주는 40% 감소했다. 상황이 이러니 광공업생산(-6%), 소매판매(-0.7%) 등 주요지표가 거의 다 마이너스이다. 참고로 건설수주를 제외한 다른 지표들의 전국 평균은 모두 양수이다. 경남을 중심으로 조선업 등 제조업 실직자가 대거 귀농을 하면서 농림·어업 종사자 숫자 증가 현상이 통계에 잡히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낮은 분야로의 인력 이동이라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 또한 이러한 인력 이동이 농림·어업이 발전하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런 인적자본 배분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실직을 피해가기 위한 일시적 도피일 가능성이 높고 혹은 사실상 은퇴에 가까운 귀농인데도 취업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즉, 많은 부분이 통계에는 취업자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실업자에 해당하는 잠재실업자로의 전환에 해당하는 것이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는 제대로 된 수치가 잘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진단과 처방이 정확해진다. 건강검진을 앞두고 갑자기 며칠 동안 평소에는 안 하던 노력을 해서 수치가 좋게 나오게 만들고 검진 후에는 제자리로 돌아간다면, 검진의 효용성은 떨어지고 진단과 처방은 잘못될 수도 있다. 경제 상황을 좋게 보이려고만 하면 안 된다. 상황은 정확하게 보이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 상황에 맞는 통계 지표를 더 많이 도입하여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정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