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정지훈X이범수 '자전차왕 엄복동', 투박하지만 묵직하게
2019-02-20 14:20
복동의 동생은 언제나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복동을 안쓰럽게 여겨 자신의 학비를 털어 자전차를 구입하지만, 복동이 한눈을 파는 사이 자전차를 도둑맞는다. 동생의 학비와 자전차까지 날려버린 복동은 "다시 돈을 벌어오겠다"는 일념 아래 경성으로 향한다.
하지만 순박한 청년 복동에게 경성은 너무도 냉혹했다. "눈 뜨고 있어도 코베가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투하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은밀하게 애국단을 후원하고 있는 일미상회의 전차단에 합류한다.
그 무렵 일본은 조선의 민족의식을 꺾기 위해 전조선자전차대회를 개최한다. 복동은 의외의 능력을 발휘, 무패행진으로 이른바 '민족 영웅'으로 떠오르며 희망의 싹을 틔우고 일본은 조선인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엄복동의 우승을 막으려 한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누가 그녀와 잤을까'(2006)로 스크린 데뷔한 김유성 감독의 신작이자 배우 이범수가 대표로 있는 (주)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첫 영화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의 구조나 인물을 그리는 방식은 다소 클래식하다. 엄복동이라는 소시민이 '자전차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로드무비의 형식으로 그려지며 한 인물의 성장기가 차근차근히 담긴다. 다양한 인물을 통해 순박하기만 했던 인물이 점차 사명감을 느끼며 영웅이 돼가는 모습은 촌스러울지언정 묵직하게 관객들의 '감성'을 흔드는 맛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투박하고 촌스러운 '자천차왕 엄복동'의 감성은 뒤집어 본다면 '자전차왕 엄복동'만의 강점이자 코드기도 하다. 굵직한 서사와 캐릭터가 강한 인물들은 중장년층들이 쉽게 다가갈 만한 요소인데다가 그들이 선호하는 '공감 코드'와 '보는 맛'을 가지고 있다. 가족 단위 관객이 함께 즐기기에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정직하고 올곧게 "죽도록 달리"다가도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하여금 관객들의 쉴 곳도 마련한다. 배우들의 차진 호흡이 만들어낸 '인물'의 호흡들을 따라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뭉근히 작품에 녹아들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다이아몬트 러버'(2014)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정지훈은 물장수에서 조선의 희망이 된 자전차 영웅 엄복동을 개성 넘치게 표현,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독립군 김형신 역의 강소라 역시 안정적인 연기력과 화려한 액션으로 볼거리를 더했고 엄복동의 스승 황재호 역의 이범수는 베테랑 연기자다운 묵직한 연기력으로 극의 무게를 심어주었다. 이 외에도 '믿고 보는' 충무로 단골 배우 김희원, 고창석, 박근형의 연기는 영화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이다.
덧붙여 영화 전반적인 무드나 영화 말미 애국심을 고취 시키는 감성 코드가 관객의 '호오'를 가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영화 전체를 폄하할 수는 없겠다. 오는 27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17분 관람등급은 12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