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농협생명의 '이유 있는 적자'

2019-02-16 06:30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 84.53%까지 확대

[사진=농협생명, 금융감독원]

NH농협생명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체질개선에 따른 극심한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다. 일선 농협 창구를 활용한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를 줄이면서 영업이 위축된 탓이다.

그러나 아픔 가운데 성과도 나타났다. 과거 저축성보험에 의존하던 영업 시스템을 가졌던 농협생명이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경쟁사와 유사한 수준으로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농협금융지주는 계열사인 농협생명이 지난해 114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2017년 854억원 대비 1995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농협생명은 비경상적 투자손실과 체질개선 과정에서 수입보험료 정체가 겹쳐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우선 지난해 외화자산 헷지 비용 증가와 주식형자산 손상차손 및 매각손실 2437억원이 발생한 것이 직접적인 타격이 됐다. 농협생명은 농협금융 특유의 보수적 회계규정을 적용해 주식형자산의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체질개선도 당기순손실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동안 주력 상품이었던 저축성보험의 판매를 급격히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확대하는 체질개선을 진행하면서 영업성과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에서 저축성보험은 일시적으로 환입되는 자금 규모가 커 짧은 기간에 보험료 수입을 늘릴 수 있는 효자상품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2022년 도입이 예고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는 책임준비금을 대규모로 적립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때문에 대부분 보험사는 보장성보험으로 눈을 돌린 상태다. 보장성보험은 판매 직후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적지만 꾸준히 이익을 낸다. 또 IFRS17이 도입되더라도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농협생명도 과거 저축성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삼았으나 최근 보장성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만 그 반동으로 저축성보험 판매가 줄어들면서 당장의 영업성과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적자를 감수한 혹독한 체질개선으로 농협생명의 보장성보험 판매 지표가 확실히 개선되고 있다. 출범 직후인 2012년 보장성보험의 판매 비중은 37.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9월 말 기준 84.53%까지 끌어올렸다. 생명보험사 평균치(87.34%)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는 새로운 회계제도 대응을 위한 성장통의 과정"이라며 "올해는 체질개선의 성과를 바탕으로 흑자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