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경영진 심층 분석] 비은행 M&A로 성장한 KB금융그룹, 임원 출신 '황금비율'

2019-02-07 06:30
내부 5·피인수 토종 3·외부 2···대학은 고려대가 강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허인 KB국민은행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황수남 KB캐피탈 사장.[사진=KB금융그룹 계열사]


KB금융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비은행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최근으로 한정하면 2012년 KB저축은행(옛 제일저축은행과 예한솔저축은행 합병), 2014년 KB캐피탈(우리파이낸셜), 2015년 KB손보(LIG손보), 2017년 KB증권(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을 연달아 인수했다.

따라서 KB금융은 남다른 문화를 가진 다수의 금융사를 하나로 엮어 시너지를 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이 든든히 그룹의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시도조차 힘든 일이다.

비은행 계열사 임원 인사에서도 KB금융이 품고 있는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KB금융은 피인수 전부터 장기간 회사를 지킨 이른바 '토종' 임원들을 홀대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차지할 만큼 나름의 영역을 인정받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 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KB금융 출신인 점도 특징이다. 이들은 KB금융의 비전을 실현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처음부터 외부에서 합류한 외부 임원들은 그 수가 적었고, 주로 특수 영역의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본지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주력 계열사 KB손보·KB증권·KB국민카드·KB캐피탈의 임원 92명의 프로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임원의 경력에 따른 절묘한 '황금 비율'이 가장 눈에 띄었다.

전체 임원 92명 중 44명(47.83%)이 KB금융지주나 KB국민은행 등에서 경력을 쌓은 KB 출신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8명 가운데 26명(28.26%)은 KB금융에 인수되기 전부터 해당 금융사를 지켰던 토종 임원이었다. 나머지 22명(23.91%)은 금융감독원이나 감사원 등 아예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었다.

결과적으로 과반수에 가까운 임원은 KB금융 내부 출신이었다. 토종 임원들은 각 계열사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KB금융에 인수되기 전 우리파이낸셜 시기부터 활약해온 황수남 KB캐피탈 사장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에 피인수된 직후라 아직 상당수 토종 임원이 남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KB금융그룹 내부 인물로 교체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실제 KB손보나 KB증권도 인수 초기 토종 임원이 많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KB금융 출신 인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KB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


계열사 임원들의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17명)보다 고려대(18명)가 강세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서도 고려대(7명)가 서울대(6명)보다 많았던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다음으로는 연세대와 서강대가 각각 7명, 외국 대학 6명, 성균관대와 경북대가 각각 5명으로 나타났다. 다른 금융그룹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고졸 출신 임원이 2명이나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전공을 살펴보면 경영·경제학을 전공한 임원이 48명으로 52.17%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법학과 통계학을 전공한 임원이 각각 5명씩, 무역학과 수학이 각각 4명씩으로 나타났다.

 

[사진=KB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