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는다더니…경기침체에 놀란 정부 '지장 달래기'
2019-01-31 08:05
홍남기 경제부총리 "지자체 중심 맞춤형 보완대책 강구"
"일자리 15만개 쉽지 않을 수도…모든 정책 동원할 것"
"일자리 15만개 쉽지 않을 수도…모든 정책 동원할 것"
“지나치게 침체된 것도 지역 경제에 좋지 않다.”
과열을 막겠다며 지난해부터 부동산 옥죄기에 나선 정부가 이제 한 발 물러선다. 조세‧금융정책 등을 망라한 대책을 펼치며 전방위 압박을 받던 부동산에 한파가 불자, 건설경기 같은 관련 산업 경기가 연쇄적으로 침체돼 경제활력마저 잃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펼친 정책방향을 볼 때 인위적인 부동산부양책을 꺼내기는 힘들더라도 지자체 중심의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시장에 강한 압박을 가해 왔다. 지난해 9‧13대책으로 수요를 억제하면서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고, 대출규제를 강화했다. 올해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카드를 꺼냈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수도권 과열을 진화하려던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지방에 더 큰 충격을 줬다. 국토연구원은 국토정책 브리프 자료에서 “올해 전국 주택가격은 0.5% 내외로 하락할 것”이라면서도 “수도권은 0.1% 상승해 보합세를 유지하겠지만, 지방은 1.1%가량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건설투자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1%, 6.7% 감소했다. 건설기성도 같은 기간 4.9%, 4.4% 하락했다. 향후 건설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건설수주 역시 15.7%, 5.7% 감소를 기록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로서는 지방 부동산 활력을 위해 인위적인 부양을 노리는 부동산 대책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일부 심각한 우려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한해 지역별 맞춤형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일자리 창출 여건에 대해 “가용한 모든 정책을 다 동원하겠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지난해 고용 목표를 채우지 못한 점에 대해 당국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올해 일자리 15만개 목표가 쉽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 일자리 창출이며 민간 기업 활동을 마음껏 하도록 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고용 목표를 달성하는) 첩경”이라고 밝혔다.
증권거래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홍 부총리는 “일부 공감하고, 합리적인 안을 검토 중”이라며 “거래세 인하가 증권시장‧과세형평‧재정여건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 거래 대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최근 업계를 중심으로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증권거래세의 이중과세 논란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정부가 세수 목적으로 증권거래세를 설정하고 세수 확보를 위해 폐지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며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는 과세 형평 문제가 우선이다. 검토 기준 중 세수가 줄어들지는 2차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공유경제와 관련된 갈등에 대해 홍 부총리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 상생방안이 마련되면 풀릴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 10위권 안팎인 한국에서 공유경제를 못 할 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해관계자 사이의 상생방안이 만들어져야만 도입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