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빅데이터 시대, 디지털 데이터 관리기술이 핵심
2019-02-10 07:00
안진우 변호사의 '지금은 리걸테크(legaltech) 시대'
얼마 전 초대형 이메일 데이터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전 세계에서 7억7,300만개의 이메일 주소, 2,000만개의 비밀번호를 포함해 총 27억 개의 데이터가 클라우드 서비스 사이트에 유출됐다. 유출된 자료에 담긴 이메일 주소 및 비밀번호는 약 2,000여개 온라인 사이트에 로그인 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 해당 이메일 및 비밀번호를 보유한 인터넷 유저라면 누구나 관련 사이트에 접속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데이터(Big Data)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자원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위 사례와 같은 데이터 유출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데이터 유출을 대비한 데이터 보안 및 디지털 데이터 관리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그 자체로도 유출이 쉽다는 특징이 있다. 디지털 정보가 중요해졌다는 건 그만큼 디지털 데이터 유출의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보 유출은 개인을 범죄 용의자로 만들기도 하고 기업에 천문학적 액수의 금전적 피해를 가져다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디지털 데이터 관리 기술은 리걸테크의 가장 핵심적인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정부가 건강 검진 결과부터 생활 습관까지 각종 의료 정보를 적극 활용하는 '헬스케어 발전 전략'을 제시한 가운데 민감한 개인정보가 돈 벌이에 함부로 쓰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개인정보를 잘 관리할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데이터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흔적도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 흔적을 ‘디지털 흔적(Digital Footprint)’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흔적을 추적하게 되면 범죄나 부정을 저지를 때 한 통의 전화가 증거가 되고, 흔적을 지우더라도 남겨진 일부만으로도 지워진 데이터의 복구·복원·분석도 가능하다. 이 기술이 바로 디지털포렌식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디지털포렌식에서 이미지 분석기술은 놀랍도록 진화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일어난 순간을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이 정면 구도에서 초점이 안 맞거나 번호판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최근 이미지 분석 기술은 포커스 보정이나 모션 보정, 각도 보정 등 필터 기능을 통해 이미지 선명화가 가능하다.
디지털 흔적은 보안과도 관련이 있다. 기업 기밀정보나 고객정보 역시 유출이 발생하는 경우에 디지털 흔적이 남기 때문에 이는 범죄사실 증명의 중요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 유출 범죄는 디지털 흔적 추적을 통해 초기 수사 단계에서 범인을 잡을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는 디지털포렌식이 법정에서 쓰일 증거 확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수사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데이터 유출 범죄자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점점 늘어가는 데이터와 그 데이터의 유출을 방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앞선 데이터 관리기술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