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 광화문 광장 ‘리모델링’ 대한민국 상징거리로 만들라
2019-02-01 05:00
지금의 광화문 광장이 완공된 것은 2008년 오세훈 시장 때다. 16차로를 10차로 줄이면서 도로 한가운데에 보행자 중심의 여가공간과 역사문화 명소를 만드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오 시장 재임 시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광화문 광장을 조성한 것은 ‘이명박 벤치마킹’의 성격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명박 전 시장은 2005년 흉물스런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을 복원해 인기가 치솟아 대통령 당선의 발판이 됐다.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물러나면서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는 물 건너 갔지만 DDP와 광화문광장은 그런대로 성공작이었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전임 이명박 오 전 시장의 행정을 토건행정이라고 비판하면서 보여주기식 구조물을 남기기 보다는 시민의 삶의 질 높이기에 더 관심을 쏟겠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도 새로운 토목사업은 아니다. 도로 한가운데의 중앙분리대 같은 광장을 3.7배로 넓히고 세종문화회관 쪽에 붙이겠다는 설계는 기존 광장의 리모델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현재 자리에 그대로 존치하는 쪽으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세종대왕 동상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높은 계단을 올라가 옥좌 위에 자리한 동상이 너무 권위주의적인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나랏말이 한문과 달라 문자생활을 못하는 백성을 위해 글자를 창안한 뜻을 살려 계단을 없애 낮은 곳으로 임하는 형상이 애민(愛民)의 정신을 살리는 리모델링이라는 의미다. 국가 상징거리에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그리고 근현대사의 인물은 없고 조선시대 인물만 두 명 있는데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을 위한 좌대(座臺)를 하나쯤 비어두는 아이디어도 검토해볼 수 있다.
광화문 광장 리모델링은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공동 사업이다. 광화문 앞에 월대(月臺)를 복원해 광화문 광장과 연결한다. 월대는 경복궁에 들어가는 돌로 만들어진 데크라고 할 수 있다. 가운데로 왕의 길이 있고 양쪽으로 신하의 길이 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옆에서는 의정부 복원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월대와 의정부가 복원되면 광화문 광장은 조선시대의 육조거리를 일부 재현하는 역사문화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상징거리 조성이라는 국가대사를 위해 정부청사의 경비실 같은 건물은 옮겨 지으면 될 일이다. 정부서울청사는 한국의 경제 수준이나 건축기술이 부족한 1970년에 완공된 것이어서 국가상징 거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낡은 건물이다. 차제에 행정능률이나 도시 미관을 위해 50년이 다 된 정부서울청사를 청와대와 더 가까운 곳으로 옮겨 다시 짓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광화문 광장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23차례나 벌어졌던 곳이고 2002년에는 붉은 악마의 함성이 메아리 쳤던 장소이다. 이러한 상징도 담겨야 하겠지만 우려되는 일도 있다. 시위대들은 이곳에 몰려와 교통을 차단하고 깃발을 흔들어야 권부에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주말마다 광화문 일대를 메우는 데모 행렬은 시민의 일상에도 불편을 주고 외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데모가 한국의 브랜드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세계 선진국의 수도마다 아름답고 역사적 의미를 담은 국가 상징거리가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는 국회의사당부터 링컨 기념관 까지의 내셔널 몰이 국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는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가 있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북악산 줄기를 타고 경복궁으로 내려와 남대문과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우리가 잘만 손질하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