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잡은 ‘檢의 칼끝’ 전·현직 법관 100여명 겨눈다
2019-01-25 00:05
차한성·박병대…사법농단 또다른 몸통
서영교 등 재판청탁 정치인도 수사 예고
서영교 등 재판청탁 정치인도 수사 예고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 수사 7개월 만에 몸통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며 향후 수사 방향, 절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 검찰의 칼날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00여명에게 향할 전망이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이 이날 새벽 수감된 점을 고려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구치소 측은 수용기록부 사진 촬영이나 수용거실 정식 지정 등 일시 중단한 입소절차를 마쳤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휴식은 길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하루 휴식 후 이르면 25일부터 양 전 대법원장을 서울 서초구 검찰청으로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양 대법원원장의 혐의는 40개가 넘지만 크게 나눠 △일제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수사 정보 등 기밀 누설 △법원행정처 비자금 조성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검찰은 내달 기소에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을 받아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 수사 대상에 오른 전·현직 법관들의 관여 정도 분류에도 나섰다. 이에 따라 신병처리 여부와 강도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들은 최소 1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렇게 대규모인 이유는 상고법원 설치 등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을 위해 지위 고하를 떠나 움직였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망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사법농단의 또 다른 몸통으로 지목되는 고위법관은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다. 이들은 재판 개입을 통해 사법 질서를 흔들었다. 검찰은 이들이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와 외교부의 연락책 역할을 하거나 전범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변호사를 만나 서류를 검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는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이상 이들이 피고인으로 재판에 넘겨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전병헌·이군현·노철래 전 의원 등 재판을 청탁한 것으로 의심받는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한편 이날 법조계 고위 인사들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에 대해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께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라며 양전 대법원장 구속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법농단 수사를 이끈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이날 취재진과 만나 “수사팀 책임자로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수사팀의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