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턱밑까지 쫓아왔는데 힘 못쓰는 삼성·LG 전자강국 위상 흔들
2019-01-23 07:15
스마트폰ㆍTV가전 '안전지대 없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세계 주요 전자제품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영원한 1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스마트폰과 TV 부문은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후발업체의 저가 공세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한 상태다. 냉장고와 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며, 선두그룹에서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다.
22일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스마트폰, TV, 냉장고, 에어컨 등 2014~2018년간 세계시장 점유율 변화(판매량 기준, 2018년은 추정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은 최근 5년간 대부분 역성장을 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격차를 큰 폭으로 줄이며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먼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살펴보면 업계 1위(2018년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4년 23.8%에서 지난해 20.3%로 5년간 3.5% 포인트 감소했다. 업계 8위인 LG전자도 같은 기간 4.5%에서 3.7%로 0.8% 포인트 하락했다. 양사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이 기간 막대한 마케팅 비용 등을 투자했던 것까지 고려하면 초라한 수치다.
삼성전자와 함께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계 2위의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도 같은 기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5.4%에서 13.9%로 1.5% 포인트 추락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TV 시장에서도 중국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세계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장 점유율은 2014년 21.7%에서 18.8%로 2.9% 포인트 낮아졌다. LG전자 점유율도 같은 기간 16.6%에서 15.5%로 1.1%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에 중국의 TCL(3위, 7.4%)과 하이센스(4위, 7.0%) 등은 시장의 정체에도 상승선을 그렸다. 이들은 최근 5년간 세계 LCD TV 시장 점유율을 각각 3.0% 포인트와 2.0% 포인트 확대했다. 스카이워스그룹(9위, 3.1%), 하이얼(12위, 1.5%), 콩카(13위, 1.3%), 샤오미(14위, 1.2%) 등 15위권 내에 포진한 중국의 주요 TV제조업체의 점유율을 모두 합하면 21.5%에 달한다. 국가 순위로는 중국이 2위로 한국을 바짝 쫓고 있는 것이다.
◆ 中업체 쫒아가기도 버거워
세계 세탁기 시장도 TV와 같은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4년 6.3%에서 지난해 6.4%로, LG전자는 같은 기간 8.3%에서 8.0%로 정체를 면치 못했다. 글로벌 순위도 LG전자는 3위에서 4위로 1계단 주저앉았으며, 삼성은 같은 5위에 머물렀다.
하이얼은 2014년 점유율 15.8%에서 지난해 17.7%로 1.9% 포인트 늘리며, 부동의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했다.
세계 에어컨 시장에서도 답답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4년 2.4%에서 지난해 2.5%로, LG전자는 같은 기간 4.3%에서 4.3%로 세탁기 시장과 같은 추이를 보였다. 글로벌 순위도 LG전자는 5위에서 7위로, 삼성은 8위에서 10위까지 두 계단씩 내려앉았다.
하이얼은 같은 기간 9.2%에서 10.3%로 1.1% 커졌다. TCL도 2014년 점유율이 1.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3%로 1.4% 포인트 늘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부품도 새해 어렵지만 가전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들을 완화해 기업들이 혁신과 새로운 도전에 적극 나설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