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 위원장과 만남 고대"...'北 핵동결·ICBM폐기' 부상

2019-01-21 16:18
트럼프, 김정은과 두 번째 만남에 기대감
블룸버그 "하노이·다낭·호찌민 후보지"
美 장기전 대비 '핵동결·ICBM 폐기' 부상
전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찰과 검증"

[사진=EPA·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2차 북·미 핵담판이 다음달 말 베트남에서 열리는 게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세부 밑그림을 그릴 북·미 간 합숙 실무협상이 스웨덴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양측이 북한의 핵동결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쪽으로 회담 의제를 가닥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김 위원장과 만남 고대!“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거듭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는 2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주에 최고 대표(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와 아주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 2월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길 고대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베트남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앞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회담 후보지로 베트남을 꼽은 데 이어 블룸버그 역시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백악관이 앞서 2월 말로 예고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베트남에서 여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가 가장 유력한 장소지만,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린 다낭이나 남부 호찌민도 가능한 장소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으로 일관하는 언론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언론들은 우리가 북한과 이룬 놀라운 진전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오바마 행정부 말기와 지금을 비교해 생각해보라"고 적었다. 

다만 미국 주류 언론들 사이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6·12 1차 정상회담 이후에도 기대와 달리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 후속 조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현지 언론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장기화와 러시아 스캔들 수사로 인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게 상당 부분 양보하고도 외교적 성과로 홍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한 게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 거부의 입장을 누그러뜨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 같은 우려를 염두에 둔 듯 북한에 구체적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차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김 위원장이 약속했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시작하라는 우리의 기대를 북한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핵폐기 대신 핵동결로 가나

북·미 간 협상이 당장 핵폐기보다는 핵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맞춰질 것이라는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최종 목표가 '완전하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FFVD)'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 간 비핵화 담판에서는 FFVD로 가는 중간단계로서 실현가능한 조치를 추구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비핵화 이행 과정을 '장기전'으로 규정하고 미국민의 위험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8일 미국을 방문한 김 부위원장과의 고위급회담 직전 미국 미디어 그룹 싱클레어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비핵화가 긴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점을 항상 알고 있었다”며 “비핵화를 하는 동안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에도 폭스뉴스에 "미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혀 핵탄두를 미국 본토로 실어나를 ICBM을 폐기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이에 더해 뉴욕타임스(NYT)는 18일 북한과의 협상에 관해 브리핑을 받은 여러 나라의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서 북·미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한의 핵연료와 무기 생산을 '동결'하는 안이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으나 핵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만일 북한이 핵무력 증강을 위한 행동을 멈추게 되면 현재 북핵 위기가 대폭 해소됐음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외교적 치적이 추가될 수 있고, 북한으로서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스웨덴에서 합숙 협상 중인 북·미 실무자들이 조율하고 있는 '비핵화-상응조치'도 이 같은 잠정조치들을 담은 합의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꼽는 핵심은 사찰과 검증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 내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철저한 사찰과 검증이 따르지 않을 경우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나 '대화 무용론'을 잠재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 석좌인 박정현 전 미국중앙정보국(CIA) 애널리스트는 NYT에 "북한 전역에 걸친 매우 강압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북한과의 협상들이 무너졌던 것은 검증을 위한 우리의 요구 때문“이었다면서, 사찰과 검증 없이는 북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