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홍성국 "팽창사회 지나 수축사회 진입"

2019-01-22 07:34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21일 본지와 만나 "수축사회에서는 과거보다 100배 이상 노력해도 해법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며 "전 세계가 동일한 문제에 직면해 있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김부원 기자]


헤어나기 어려운 저성장 기조는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변화에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지 모른다.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현 혜안리서치 대표)은 '수축사회'를 펴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과거와 같은 팽창사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이제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전환됐다고 진단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전환형 복합위기로 보았다. 본격적인 수축사회로 들어선 시점이 이때라는 거다. 인구 감소와 공급 과잉, 사상 최대 부채, 양극화가 맞물리면서 더는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됐다. 21일 본지는 서울 광화문에 자리한 혜안리서치에서 그를 만나 '수축사회론'을 들어 보았다.

◆전 세계가 직면, 우리도 예외 아냐

수축사회는 '피자 나누기'로도 설명할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는 피자 한 판을 나누어 먹어도 좋았다"며 "피자 자체가 꾸준히 커졌고, 자기 몫만 챙겨도 더 많이 먹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로 이게 과거 팽창사회에 해당하는 모습이다.

반대로 피자 크기가 지금은 고정돼 있다. 더 먹으려면 다른 사람이 가진 몫을 빼앗아야 한다. 그는 "지금은 '제로섬 사회'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피자 크기가 더 줄어들 것이고, 이는 수축사회가 심화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수축사회는 인구 감소에서 비롯됐다. 갈수록 늘어나던 수요가 줄어든 반면 기술 발전으로 공급 과잉은 심각해졌다. 그는 "20세기까지는 과학기술 발전이 민주주의 확산과 함께 진행됐고, 정서적인 안정을 누리면서 부를 쌓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물론 팽창사회도 마냥 좋지는 않았다. 그때도 곳곳에 명암이 존재했다. 그래도 수축사회와는 차이가 있었다. 그는 "수축사회에서는 과거보다 100배 이상 노력해도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며 "전 세계가 동일한 문제에 직면해 있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미·중 갈등도 수축사회 진입 과정

사사건건 부딪치는 미국과 중국을 통해서도 수축사회로 들어섰다는 신호를 읽을 수 있다. 더 이상 함께 나누는 식으로는 성장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당장 불리해 보이는 쪽은 중국이지만, 누가 승자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는 "일당 독재인 중국은 성장을 멈추면 시민혁명을 맞닥뜨려야 할 만큼 심각하게 양극화돼 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미국이 가진 패권 일부를 빼앗아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실마리가 쉽게 풀릴 사안이 아니다. 과거 미국에 도전했던 세력에 비하면 중국은 훨씬 거대하다. 그렇다고 미국이 패권을 나누기 시작하면 지금껏 누려온 일강(G1)이라는 지위는 순식간에 흔들릴 것이다. 그는 "10년쯤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양국이 수축사회에 얼마나 대비해왔느냐가 결과를 가를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도전이다. 그는 "우리 위치가 애매하다"라며 "외교·안보 분야에서 친미, 경제적으로는 친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칫 세계 양강이 벌이는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성장신화 사로잡혀 탐욕 여전

수축사회를 맞는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처방을 찾아야 한다. 수축사회는 피할 수 없고, 그렇다고 단박에 해소해줄 모약도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사회적 자본을 성숙시키는 것이다. 국가 권력이 개입하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곧 사회적 자본이다.

그는 "과거 성장 신화 탓에 우리나라에는 탐욕이 여전히 넘치고 있다"며 "각자가 생존과 성장만을 좇아서는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수축사회에 대응할 준비가 그만큼 안 돼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더욱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양보와 타협으로 소외계층까지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