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재건 발목잡는 '회계기준' 개정 초 읽기

2019-01-21 07:00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사진 제공= 현대상선]


민·관이 '해운 재건'의 핵심인 선대(船隊) 확충을 위해 회계 개정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제회계기준(IFRS) 예외 적용 여부 등 따져봐야 할 것들이 남아 있어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코엑스에서 열린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 관계자들 간 '2019년 해운산업 발전방안 논의 관련 워크숍'에서는 해운업에 기존 회계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집중 논의됐다. 

해운업계는 이 자리에서 "선박 투자를 늘릴 경우 대출, 리스 등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 부채비율이 높아진다"면서 "이는 신용도 및 이자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금융권 자금을 차입하는 데 불리해지고, 투자 저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실질자산만을 순자산 형태로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예외 규정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자금 조달이 원활해져 선박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박은 결국 자산인 만큼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들을 부채가 아닌 자산에 포함시켜 마이너스(-)로 표현하면, 부채비율을 낮춰 투자 여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100원짜리 선박을 취득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자기자본 10원에 대출 90원을 받아 지불해 왔다. 이렇게 되면 자기자본을 부채총액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900%로 치솟는다. 하지만 대출금 90원을 선박 100원에 포함시켜 마이너스 90원으로 처리하면, 부채비율은 늘어나지 않게 되는 원리다.

해운업계 맏형 격인 한국선주협회도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은 "이는 모든 선사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이슈"라면서 협력을 주문했다.

해운업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엄기두 해운물류국 국장은 "해운업계가 주장하는 (회계 기준 개정 관련) 부분들에 대해서는 이미 살펴봤다"며 "다만 해수부에서만 결정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와 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로 한 셈이다.

다만 해운업계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까진 관문이 여럿 남아 있다.

해운사 가운데서도 상장사, 비상장사가 나뉘고 각각 국제 및 한국 회계 기준 등을 적용 받기 때문에 어떻게 회계기준을 일원화하고 허용할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와 관련, 한국선주협회는 이달 중 외부 회계법인에 용역을 의뢰하고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해운업에 대한 회계 기준 예외 적용은 업계의 숙원이었다"면서 "하루 빨리 대책이 마련돼 해운업 재건에 힘이 실리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