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교의 페널티] 인생을 건 선수들, 자리에 목매는 이기흥
2019-01-18 12:34
체육계가 잇따른 성폭력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었던 선수들의 피눈물 때문이다. 여성의 인권을 송두리째 집어삼킨 고통의 외침이었다. 자리 보존에 급급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들리는가. 이 회장은 고개를 숙인 채 귀는 닫았다.
최근 쇼트트랙과 유도 등에서 성폭력 사건이 폭로되면서 대한체육회에 대한 책임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수장이자 체육계의 아버지 노릇을 해야 할 이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회원 종목 단체의 폭력·성폭력 근절 실행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준 피해 선수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며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감동을 선사했던 딸 같은 선수들이 지옥 같은 고교 시절을 보냈다. 이 사실을 안 국민들의 분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교육의 산실이 돼야 할 태릉선수촌과 학교에서 꿈을 키우게 해야 할 지도자들이 저지른 만행이라는 점에서 더욱 끔찍하다.
이들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 동안 이 회장은 어디서 무얼 했나. 예방은커녕 이들의 아픔을 알지도 못했다. 방관과 방조로 고통을 키웠다. 수년째 해묵은 예방 시스템을 내놓고는 실행도 못했다. 뒤늦게 내놓은 대책은 10년 전 발표한 대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방책에 불과했다.
이 회장은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자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이 회장은 상처 받은 선수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도없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안도 내놓지 못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처사다. 또 한 번 지독한 미세먼지가 걷히길 기다리는 것처럼 슬며시 뒤로 숨었다.
이 회장은 체육계 수장 자격이 없다. 국민의 신뢰도 잃었다. 방법은 하나다.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한국 체육계의 썩은 병폐를 닦는 시작이자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첫 걸음이다.
이 회장에게 묻고 싶다. 용기를 낸 심석희와 신유용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9월 3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