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전문가들 "정부 규제로 넥슨 매각...韓 게임산업 위기"

2019-01-14 16:00
-셧다운제, 결제금액 상한선 등 게임 옥죄는 규제 폐지해야
-넷마블, 디즈니 등 국내외 기업과 전략적 해외 제휴 필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넥슨 매각 사태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제5차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희강 기자@kpen]


"정부의 규제로 국내 1위 게임사가 매각설에 휘말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전문가들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넥슨 매각사태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제5차 정책토론회에서 정부의 규제 중심 정책으로 한국 게임산업이 위기에 쌓여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최근 김정주 NXC 대표의 넥슨 매각 추진 이후 한국 게임산업의 현주소와 경쟁력 등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중앙대 교수)을 비롯해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동승 전주대 교수,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 김정수 명지대 교수, 류명 스노우파이프 실장 등이 참석했다.

위정현 의장은 "현재 거론되는 넥슨과 텐센트의 매각·인수 주체가 바뀌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며 "아직 한국에서는 게임을 미래산업이나 4차산업혁명의 꽃이 아닌 애들 푼돈 따먹는 오락실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 의장은 "정부는 게임을 마약과 동류로 보는 질병코드 도입을 비롯해 셧다운제, 결제 금액 상한선 등 후진적인 정책을 당장 폐기해야 할 것"이라며 "수익성 위주의 펀드 평가 지표 개선과 대규모 게임용 펀드의 조성을 통해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업계와 학계 스스로가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공동 노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기업은 공격적인 게임 개발이 필요하고, 스타트업·벤처는 인디게임을 통해 새로운 혁신적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학계 역시 4차 산업혁명에서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VR·AR 등 산한공동연구는 물론, 글로벌 게임 산업 전략 연구 등 미래 트랜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경진 의원은 "게임을 즐기는 인구는 많이 늘어났지만, 국가적·사회적 인식은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라며 "국내 게임산업의 문제점과 대안이 널리 공유되고 국산 게임의 활로가 생길 수 있는 계기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황성익 한국 모바일게임협회 회장도 "김정주 대표의 매각은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 게임은 4대 질병으로 바라보는 규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2의, 제3의 넥슨이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관 의원은 "규제는 오래된 이야기라 단순히 규제 때문에 매각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게임은 한국의 효자 산업으로 견인차 역할을 지금까지 해왔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매우 중요한 산업의 하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향후 넥슨 매각 시나리오를 4가지(텐센트 매각, 컨소시움 매각, 일부 기업에 부분 매각, 매각 실패와 현상유지)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의 입장에서 NXC 1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디즈니, 넷마블 등 국내·해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모델로 가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꼽았다. 다만, 넥슨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홍콩이나 미국의 사모펀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텐센트가 배후에 존재하면서 인수하는 방식 혹은, 매각 실패에 따른 넥슨 코리아, 넥슨 저팬의 전문경영인 체제의 강화 등의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