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조각의 성지 된 청주서 한국 미술관 미래를 만나다"..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2019-01-11 19:16
-2018년 12월 27일 개관 국내 최초 '개방 수장고' 운영
-근대, 근현대, 현대조각 총집합..조각의 성지로 우뚝
-근대, 근현대, 현대조각 총집합..조각의 성지로 우뚝
근현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조각사에서 길이 빛나는 작품들이 마치 창고형 매장의 물품처럼 진열된 곳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조각의 성지(聖地) 탄생이며 한국 미술관 역사의 새 장이 열린 것이다.
한국에 없던 새로운 미술관이 생겼다. 수장과 전시가 결합한 '수장형 미술관'이다.
기존 미술관은 전시 공간과 수장 공간이 따로 있었다. 이로 인해 그 미술관의 특정 소장품을 보고 싶어도 관련 기획 전시가 없거나, 상설 전시에서 빠져 있으면 언제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소장품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특별한 미술관 시대가 열렸다.
서울, 덕수궁, 과천에 이어 국내 네 번째 국립현대미술관이 탄생했다고 해서 지난달 26일 찾아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아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청주시와 같이 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박위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직무대리 기획운영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주관 옆에 공예비엔날레 공사가 진행 중에 있고 복합공영주차장, 잔디 광장이 조성된다. 여기에 국립현대미술관 조각공원도 추후에 조성될 예정이다" 며 "2019년 하반기에는 이런 것이 모두 갖춰줘서 이 지역이 아름다운 문화 중심지역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제조창을 재활용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2012년 KDI 연구 용역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17년 4월에 착공해서 2018년 12월 27일 개관하게 됐다.
청주관은 공사비 총 577억원을 투입하여 전체면적 19,855㎡, 지상 5층 규모로 건립되었으며, 수장공간 10개, 보존과학공간 15개, 기획전시실 1개, 교육공간 2개, 라키비움 및 관람객 편의시설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이다.
청주관이 다른 현대미술관과 가장 차별화된 것은 '열린 미술관'과 '보이는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열린 미술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는 '개방 수장고'와 '특별 수장고' 운영이다.
▶한국 조각의 성지가 된 1층 '개방 수장고'
건물 1층 '개방 수장고'는 약 1183㎡로 관람객이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고, 내부에 들어가서 직접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수장고이자 전시관이다.
1층 개방 수장고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70여점의 조각작품이 수장 전시되어 있다. 주로 근현대 조각작품이다.
박미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개방 수장고는 약 30년 전부터 유럽에서 시작됐다" 며 "국내에서는 여기가 처음이지만 국외에서는 포화상태의 수장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이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방 수장고에 들어서면 소품 조각상들을 배치한 길이 14m, 높이 4m의 철제 수장대 4대가 보인다. 부피가 큰 대형 조각상들은 1.1m 정방형, 높이13.5cm의 특수 팔레트(좌대)에 놓여 바닥에 배치했다.
박 학예연구관은 "철제 수장대를 따라 걷다 보면 한국의 근현대 조각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며 "알루미늄으로 만든 특수 팔레트는 작품 제목을 붙일 수 있는 곳이 따로 마련돼 있고 미끄럼 방지 장치도 있다. 또 작품을 들어 올리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 개방 수장고를 열면서 최초로 만든 좌대와 팔레트를 겸한 장치이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입구에는 안성금 작가의 '부처의 소리' 다섯 작품이 특수 팔레트에 놓여 있다. 또 그 옆에는 청주 출신의 김복진의 미륵불이 있고, 입구에는 강익중의 삼라만상 불상이 있어 서로 연결되는 불상의 잠재적인 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
박 학예연구관은 "개방 수장고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다양한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고, 미술관의 입장에서는 수장의 형태로 전서를 할 수 있어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근대 나뭇조각의 대가 윤효증의 '현명', 한국 모더니즘 조각의 선구자 김종영의 '작품 58-8', 송영수의 '생의 형태', 인체조각의 대가 권진규의 '선자', 최초 여류 조각가인 김정숙의 '비상' 등 국내 작가 작품과 토미 크랙 '분비물',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 등 해외 조각가의 작품도 놓였다.
▶중견 및 신진 작가 작품이 모인 3층 개방 수장고
건물 3층에 있는 개방 수장고에는 지난 2005년부터 모아온 미술은행의 중요한 수장품 110여점이 수장·전시된다.
미술은행 작품들은 대부분이 중견 및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다.
3층 개방 수장고 중앙에는 빛을 매개로 한 박현주 작가의 'Nirvana1'과 권용래 작가의 'The Eternal Flame-Light'가 설치가 돼 있다.
'Nirvana1'은 금박이 은은하게 반짝거리면서 가운데 층색의 다양한 변화를 보이는 작품이다. 'The Eternal Flame-Light'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부품이 작품 전체에 심겨 있어 강가에 비치는 불빛이나 창가에 비친 빛의 방울처럼 아름다운 빛을 발산하고 있다.
'특별 수장고'는 건물 4층 727㎡ 공간에 마련돼있고, 심층적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 미술 연구자들에게 열린 수장고이다.
이곳의 작품은 주제별·작가별로 소장 작품을 대량으로 모아 놓고 전문 연구자들에게 공개된다.
▶청주관 대부분이 '보이는 수장고'
'보이는 미술관' 프로그램으로는 '보이는 수장고'와 '보이는 보존 과학실'이 있다.
청주관 1·2·3·4층에 있는 보이는 수장고의 면적은 약 4546㎡(약 1377평)로 개방 수장고와 특별 수장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장고가 보이는 수장고의 개념으로 운영된다.
보이는 수장고는 일반 관람객이 바깥에서 시청을 통하여 수장고 작품의 보관 상태나 미술관 직원들의 수장고 안에서 작업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돼 있다.
장엽 청주관 개관준비단 운영과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이는 수장고는 미술관 수장고가 더 이상 비밀의 성역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개된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며 "국가 자산이자 문화재인 미술품의 보존과 관리에 청주 시민들과 국민들이 참여해 감독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이는 수장고에는 현재 공간이 많이 비어 있는데, 향후 순차적으로 작품들이 채워질 예정이다.
약 4000여 점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과 1100여 점의 미술은행 소장품이 청주관으로 이전될 계획이다.
▶회화에 적외선·자외선 쏘이는 '보이는 보존 과학실'
'보이는 보존 과학실' 프로그램은 미술품 보존 분야의 기능을 관람객에게 알리고 이해를 돕기 위해서 미술품 보존 처리 공간을 관람객들이 시청을 통하여 직접 볼 수 있도록 운영된다.
관람객들은 투명한 유리를 통하여 유기분석실, 무기분석실, 유화보존처리실에서 이뤄지는 작업을 직접 볼 수 있다.
권희홍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국에 299개의 국·공·사립 미술관들이 있지만 보존에 관한 시설과 인력을 갖춘 곳은 삼성미술관 리움 빼고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며 "유일한 국립기관으로써 보존 처리와 교육을 통해 전국의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청주관 3층 보이는 보존 과학실의 유기분석실에서는 연구자가 회화 작품에 자외선 촬영을 하고 있었다. 자외선 촬영을 통해서 작가들의 밑그림을 확인할 수 있고 적외선 촬영을 통해서는 작가가 사용한 물감을 알 수 있다고 권 학예연구사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