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터가 흉지?"…역대 대통령 불운

2019-01-10 15:47
대통령집무실 광화문 이전 무산…보수·진보 가리지 않는 '靑 풍수 논쟁'

대통령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무산이 청와대 풍수지리 논쟁으로 번졌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대통령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무산이 청와대 풍수지리 논쟁으로 번졌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 풍수지리 논쟁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발언이 발단됐다.

유 위원은 지난 4일 춘추관에서 '청와대 개방 사업' 추진 관련 설명을 하다가 '청와대 풍수지리'를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집무실 광화문 이전 무산 방침을 설명하면서 "경복궁-청와대-북악산을 연결해 (시민들이 경복궁과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우 더 많은 국민들이 청와대에 방문할 수 있지만, 동선상  관저 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유 위원은 "현재 대통령 관저가 가진 사용상의 불편함이 있다"며 "나아가서는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적에 옮겨야 한다"고 전했다.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던 건축가 승효상 씨도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청와대 흉지론'은 최창조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1990년대 "청와대 터는 죽은 영혼들의 영주처이거나 신의 거처"라고 말했다.

이는 조선시대 때 후궁들의 거처와 임시 무덤도 청와대 터라는 주장과 맞닿아있다. 역대 대통령이 불운한 역사의 길을 걸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 흉지 논란은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 때도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다수의 풍수지리 연구가들은 청와대가 앞으로는 남산과 관악산, 뒤로는 북악산 등의 정기를 받고 있지만, 터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북악산에 많은 바위가 풍수에서는 '살기(殺氣)'에 해당한다는 게 이유였다.

김승기 당시 대한풍수지리연구원장도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집무실이라도 청와대 밖으로 나와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의 임기 말 불행한 전철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은 3·15 부정선거 이후 4·19 혁명이 발발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철권통치 시대를 연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사해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구속됐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말 터진 아들 비리로 레임덕(권력누수)에 시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가족의 뇌물수수 의혹을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온갖 비리에 휩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당했다.

이에 대해 야권 한 의원은 "대통령이 임기를 비극적으로 마친 것은 풍수 때문이 아니라, 5년 단임제 등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