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정상을 노리는 한국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필리핀에 가까스로 이겼다. 황의조의 결정적 한 방이 답답했던 ‘벤투호’를 뚫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2분에 나온 황의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진땀승을 거뒀다.

부담이 컸던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얻은 한국은 이날 키르기스스탄을 2-1로 꺾은 중국(승점 3점)에 이어 조 2위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은 1960년 대회 이후 59년 만의 정상 탈환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지난해 8월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A매치 무패 행진을 8경기(4승4무)로 늘렸고, 한국은 필리핀과 역대 상대 전적에서 8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 필리핀을 상대로 황의조를 원톱으로 내세우고, 좌우 날개에 황희찬과 이재성을 배치했다. 구자철, 기성용, 정우영이 미드필더로 나섰고, 포백 수비라인에 김진수, 김민재, 이용, 김영권이 포진했다. 골키퍼는 김승규가 맡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3위인 한국은 116위의 약체로 꼽힌 필리핀을 상대로 예상 밖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스웨덴 출신의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지휘한 필리핀은 처음 출전한 아시안컵 본선 첫 경기에서 촘촘한 밀집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으로 한국을 위협했다.

한국은 전반 내내 압도적인 볼 점유율로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하고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필리핀에 역습을 허용해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한국은 전반 스코어 0-0이 말해주듯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다.

후반 들어서도 공격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 후반 13분 기성용이 부상으로 교체를 당하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하지만 기성용 대신 교체 출전한 황인범과 후반 18분 구자철 대신 나선 이청용이 간결한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열며 분위기를 바꿨다.

서서히 조직력이 살아난 한국은 후반 22분 드디어 필리핀 골문을 열었다. 이청용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저돌적인 측면 돌파에 이어 아크 정면에 있던 황의조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황의조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필리핀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한국은 후반 40분 이재성 대신 주세종을 투입해 무리한 공격을 전개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해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황의조의 한 방으로 첫 승을 올린 한국은 오는 12일 오전 1시 C조 최약체로 꼽히는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