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올해 순환출자 완전 해소...공시대상기업집단 60개 중 삼성 등 15개 집단, 소유지배구조 개편 나서

2018-12-28 10:00
공정위, 28일 2018년 대기업집단의 자발적 개선사례 발표
공정위, 기업집단의 자발적 소유지배구조 개편 긍정적 평가...다만, PEF 매각 속 이면계약 배제 못해

공정거래위원회.[사진=이경태 기자]


공시대상기업집단 60개 중 삼성·현대자동차 등 15개 집단이 올해 소유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소유구조 개선 △지배구조 개선 △내부거래 개선 등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개선사례가 향후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소유지배구조 개편이 비가역적 행위로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다만, 총수일가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물량 보장을 위한 이면계약 및 옵션 계약 등은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지배구조가 개선됐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2018년 대기업집단의 자발적 개선사례를 발표했다. 개선사례에 따르면,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 60개 가운데 2018년 소유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거나 추진한 곳은 15개 집단으로 나타났다.
 

소유지배구조 개편 사례 [표-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총수 있는 10대 집단 가운데 △삼성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엘지 △롯데 △지에스 △한화 △현대중공업 등 8개 집단이 구조개편안을 발표·추진했다. 10대 미만 집단에서는 △엘에스 △대림 △현대백화점 △효성 △태광 △SM △현대산업개발 등 7개 집단이 구조개편안을 발표·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유구조 개선과 관련, 올해 △삼성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 △현대백화점 등 5개 집단이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했다. SM은 지난해 9월 신규 지정 당시 185개 순환출자고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후 87.6%(162개 고리)를 해소했다. 현대산업개발도 순환출자고리 1개를 해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지주전환을 완료했으며, 효성은 ㈜효성을 투자부문 존속회사와 사업부문 4개 신설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등 지주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에스케이 △엘지 △롯데 △엘에스는 기존 지주회사 전환집단으로서 지주회사 구조를 개선했다. 이런 가운데 에스케이는 지주회사 산하 두 개 자회사가 공동출자한 손자회사(행복나래)를 단독 증손자회사로 전환했다. 엘지는 그룹 내 유일한 지주체제 밖 계열회사(지흥)의 총수일가 지분 전부를 지난 13일 외부 매각해 100%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롯데는 체제 밖 계열사(롯데케미칼)를 지주회사 체제내로 편입했고 엘에스도 체제 밖 계열사(가온전선)을 지주회사 체제내로 편입하는 한편, 또다른 체제 밖 계열사(예스코)를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에스케이는 ㈜에스케이・이노베이션・텔레콤에, 한화는 한화생명・손해보험・타임월드에 전자투표제를 도입・시행했다. 

또 △삼성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엘에스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에 나섰다. 삼성은 삼성전자・물산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엘에스는 ㈜엘에스・엘에스산전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을 사내이사에서 사외이사로 변경했다. 현대자동차는 현대글로비스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를 일반주주로부터 공모해 선임했다. 에스케이는 에스케이㈜・하이닉스에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고 에스케이㈜에 사외이사 1인에게 주주・이해관계자와의 소통 역할을 담당하는 주주소통위원제도를 신설했다. 삼성은 삼성전자・삼성물산의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을 분리 선출하기도 했다.
 

내부거래 개선 사례[표=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내부거래 개선과 관련, △에스케이 △엘지 △지에스 △한화 △대림 △태광은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처분하거나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엘지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엘지의 100% 자회사로서 내부거래가 많은 회사(서브원)의 사업부문도 매각 추진 중이다.

대림은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회사(켐텍)에 대해 지난 4월부터 신규 계열사 거래를 중단했으며 △엘에스(3개사) △대림(2개사) △현대백화점(5개사)은 주력 상장사 등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했다.

일단 공정위는 올해 대기업집단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 등 사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소유지배구조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관행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다만, 총수일가의 외부 사모펀드(PEF) 매각의 경우, 물량 보장을 해주는 이면계약 뿐만 아니라 별다른 옵션계약 가능성을 배제키는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진다. 공정위 역시 이같은 상황이 의심되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여기에 전체 기업집단 가운데 여전히 소유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제도 등에서 여전히 거수기 역할만 하는 사외이사들로 인해 기업집단의 실질적인 변화가 얼마나 이뤄질 지에 의문의 시각도 포착된다. 총수 2~3세가 기업 경영의 투명성보다는 지배력 확장에만 혈안인 점 역시 자발적 개선을 막아서는 등 장해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같은 소유지배구조 개편 확산을 위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대기업 총수간 만남도 예고된다. 기업집단의 자발적 소유지배구조 개편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월 김상조 위원장은 10대그룹과의 간담회에서도 "일감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편법 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위"라며 "기업이 선제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과의 소통(포지티브 켐페인)을 지속하면서 기업 스스로 소유지배구조와 경영관행을 개선해 나가도록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며 "특히, 내부거래관행이 보다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10대 미만 집단으로도 확산되어가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