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칼럼] ‘유선생’ 다루기
2018-12-28 05:00
요즘 10대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답은 ‘유선생’이라고 한다. 유선생? 눈치챘겠지만 유선생이 유씨 성을 가진 교사는 아니다. 우리 모두가, 아니 전 세계인이 아는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선생님을 합친 신조어다. 10대의 하루는 유튜브로 시작해 유튜브로 끝난다.
그렇다고 유튜브가 젊은 층의 전유물도 아니다. 10대 다음으로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는 세대가 50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50대 이상(79억분)은 20대와 30대, 40대보다 유튜브를 더 오래 본다. 국내 유튜브 이용자 2500만명 가운데 50대 이상 이용자가 30%에 달한다. 카카오톡은 50대 이상에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모든 세대에서 유튜브를 이기지 못했다.
이제 인터넷 세상에는 ‘카페트(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는 가고 유튜브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모바일 동영상 앱 사용 시간 점유율은 유튜브가 무려 85.6%를 차지했다.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서 페이스북(워치)과 넷플렉스, 네이버(브이), 카카오(카카오TV) 등 국내외 IT업체들이 구글(유튜브)에 도전장을 내며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강력한 대항마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쯤 되면 싫든 좋든 유튜브 천하라는 말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콘텐츠 시청을 넘어 모든 인터넷 생태계가 유튜브로 통한다. 삶의 방식도, 직업의 세계도, 돈 버는 방식도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단적으로 싸이·방탄소년단(BTS) 같은 월드스타가 나오고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한 데는 유튜브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은 10대가 가장 크다고 하지만 중장년층도 만만치 않다. 시청자미디어센터 같은 미디어교육 기관의 1인크리에이터 강좌는 접수 한두 시간 만에 마감되기 일쑤다. 한 달에 15억명 이상이 동영상을 보고, 분당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새롭게 올라온다는 유튜브는 속된 말로 넘사벽이 되고 있다.
이해는 간다. 필자도 뭘 찾으러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아주 자주, 족히 한두 시간은 헤어나오지 못한다. 영상에는 문화나 언어가 달라도 누구나 빠져드는 마력이 있고, 접근도 너무나 쉽다. 무엇보다 유튜브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가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좋은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유튜브를 유선생이라고 칭하는 것에는 10대뿐만이 아니라 모든 연령층이 탐닉할 만한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학습 및 교육 관련 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매일 10억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100만건 이상 공유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유튜브에는 좋은 콘텐츠 못지않게 나쁜 콘텐츠도 널려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치인 혹은 정치 관련 논객들이 다투어 유튜브로 몰려가면서 유튜브가 이념적 편향성과 혐오감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튜브는 가짜뉴스의 온상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기존의 전통 언론과 사회제도에 대한 불신에다 유튜브의 접근 용이성과 확장성, 특히 비슷한 영상을 끊임없이 추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쪽 주장에만 반복적으로 노출되게 만들어 이른바 확증편향을 강화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결국 해법은 나 스스로 유튜브를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주체가 되는 것, 이런 미디어 역량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유선생 다루기’의 요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