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2의 반도체' 바이오... "성장 궤도 이탈 우려"

2018-12-26 06:00
계열 상장사 중 최근 3년간 성장률 독보적
의약품 위탁생산... 글로벌 1위 등극
분식회계 '무분별한 잣대' 논란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국내 바이오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최근 3년간 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삼성의 새로운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AI(인공지능)·전장부품·5G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분식회계 논란’이 하루빨리 종식돼야 바이오산업이 ‘성장 궤도’를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계열사 가운데 매출 증가율 독보적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계열 상장사의 최근 3년간(2016년 1분기~2018년 3분기) 실적은 삼성바이오의 매출이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2016년(2946억원)~2017년(4646억원) 57.7%, 2017년 1~3분기(2983억원)~2018년 1~3분기(3579억원) 19.8%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2016~2017년의 경우 삼성 계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분식회계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바이오산업의 맏형으로, 삼성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 부회장의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혜안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앞서 이 회장은 2013년 10월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하라"는 주문을 한 후 떠난 출장에서 50여일 만에 돌아와 신수종사업인 바이오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당시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을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는 각각 3000억원씩 추가로 전격 출자했다. 위기의 돌파구로 바이오산업을 꼽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도 2015년 3월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의 기조연설을 통해 “IT(정보기술),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삼성의 향후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은 이후 바이오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으며, 그 결실도 최근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11월 3공장 준공으로 총 36만2000L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춰 의약품 위탁생산(CMO) 분야 글로벌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글로벌 1위를 노리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의 위상도 점점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삼성바이오가 주력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복제의약품)’ 시장은 2016년 79억 달러(약 8조7000억원)에서 새해 239억 달러(약 27조원)로 3년 새 두 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0년까지 주요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대거 만료되기 때문이다. 삼성이 ‘제2의 반도체’로 바이오산업을 꼽고 적극 육성하는 이유다.

◆‘삼성 백년대계’ 위해 바이오 반드시 필요... 재계 “정부 발목 잡지 말아야”
바이오는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는 삼성이 그룹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사업이기도 하다.

사실 삼성은 최근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최대 실적을 구가하고 있지만, 이는 착시에 불과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 없이는 미래가 위태롭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그룹 62개 계열사(금융사 17곳)의 자산총액은 744조6972억1600만원으로, 사상 처음 700조원대를 넘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6.6%에 달한다. 그룹 전체 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도 삼성전자가 각각 51.3%, 영업이익 81.9%로 절대적인 비중을 점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가량도 반도체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반도체의 위기가 닥치면 삼성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올해 4분기부터 반도체의 호황이 꺾여 역성장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에 대한 분식회계 논란이 확장되는 것을 업계에서 우려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삼성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 시점에서 당국의 ‘무분별한 잣대’로 논란이 확장될 경우 바이오산업은 물론 국내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해 관련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 국내 바이오산업을 키워 최근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이 중요한 때 기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회계 문제로 바이오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삼성과 현대 등 국내 대기업들을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내년 경제상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