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CEO, "내년 업황 둔화 우려...위기를 기회 삼아야"

2018-12-21 08:09
-"내년 업황 둔화 우려...위기를 기회 삼아야"
-‘화학 빅3’ 불황대처 방안 마련 고심…'위기는 기회'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석유화학협회 제2회 이사회 및 1회 임시총회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왼쪽 첫째),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왼쪽 넷째),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왼쪽 여섯째) 등 회원사 대표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경은 기자]

[사진=아주경제 미술팀]


석유화학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년도 업황 전망에 대해 일제히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미-중 무역 분쟁을 비롯한 대외적 불안요인으로 인해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거란 의견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필요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대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석유화학 CEO들 “내년 환경 어렵다” 한 목소리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부회장)은 20일 서울 소공동 호텔롯데서울에서 열린 한국석유화학협회의 ‘정기 이사회’에 참석해 내년도 전망에 대해 “지난 8월 열린 아시아석유화학회의에서 IHS가 2022년까지는 수요층이 그런대로 괜찮을 거라 했지만, 2019년도는 상당히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역시 “이미 많은 전문가 우려하고 있는 만큼, 내년도 업황은 좋지 않을 것”이라며 “제품(에틸렌) 가격이 떨어지는 것과 유가가 가장 큰 문제인 상황이다. 향후 몇 년간은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도 “내년에는 전체적인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실제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석유화학업계의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이어진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사실상 끝물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례로 업계 1·2위 업체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6024억원, 50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7%, 34.3% 씩 줄어들었다.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에틸렌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t당 841달러를 기록하며 1000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12월 1335달러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에 38%나 떨어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다수의 화학업체들은 현재 에틸렌 사업으로 전체 이익 중 상당 부분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에틸렌 가격의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나오지 않는 만큼, 내년을 기점으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화학 빅3’ 불황대처 방안 마련 고심…'위기는 기회'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화학 빅3’ CEO들은 각각 차별화된 전략을 앞세워 위기를 적극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내년이야말로 각사별 실력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신학철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의 혁신 DNA를 앞세워 ‘사업 다각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핵심은 배터리 사업이다.

LG화학은 지난 10월 중국 난징 빈강 경제개발구에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의 첫 삽을 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한국-중국-유럽-미국’ 등 4개 지역 5개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고부가가치 제품 육성에도 공들인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인 ABS(고기능합성수지) 중국 설비 증설이 올해 말 마무리된다.

롯데케미칼은 순수화학 본연의 사업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1분기 가동을 앞둔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탄크래커(ECC) 공장의 성공적인 안착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연간 100만t의 에틸렌과 70만t의 에틸렌글리콜(EG)을 생산해, 최대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그간 주력해온 태양광 사업 영향력 확대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김창범 부회장은 “태양광 모듈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고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필요시 M&A도 적극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를 통해 문동준 금호피앤비화학 사장이 차기 석유화학협회장으로 뽑혔다. 문 신임 협회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공식적인 활동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