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은 기술 패권경쟁… 한국 외교 이분법적 사고 벗어나야”
2018-12-18 03:00
김흥규 소장 "4차산업혁명 관련 中 기업이 모두 美 표적"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미국·중국 정부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는 유력 중국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중국정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립외교원 교수,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2014년부터는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를 열고 중국 외교·안보 분야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본지는 지난 1일 미·중 정상의 ‘휴전’ 합의로 양국간 무역전쟁이 새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12일 김 소장을 만나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최근 미국과 중국 정상이 ‘휴전’을 선언하면서 무역전쟁이 새 국면에 돌입했다.
과거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지속적으로 갈등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전 세계적인 차원의 세력 지형과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규범과 가치에 있어서 서구와 점점 유사해질 것이라 판단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행보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을 자극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국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거시경제 기관들이나 미국 정보기관들도 중국이 경제 규모는 2030년정도에, 종합국력은 2040년 직후에 미국을 앞지를 거라 예측하면서 미국의 위기감이 커졌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지금의 무역전쟁은 경제전쟁으로 그리고 점차 다른 분야의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이 잠시 90일간 추가적인 보복조치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무역전쟁의 종전을 예고하지 않는다. 잠시 휴전을 하면서 서로 명분 쌓기를 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을 위해 각자 내부적인 상황을 분석하고, 대비하는 숨고르기 차원의 휴전이라는 것이 현재 판단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패권경쟁’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그런데 중국이 미래 핵심 산업인 4차산업혁명 기술 관련 분야에서 급속도로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데 대해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이 원치 않는 관행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대단히 언짢은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이 서방으로부터 기술을 쉽게 가져갈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본격적으로 강화할 것이고 화웨이와 같이 미래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 대해 훨씬 더 강한 제재와 견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중국의 거의 모든 기업이 미국의 견제 대상이 되는 셈이다.
-휴전 이후 미·중 무역협상 전망은.
양국 협상에서 미국이 주목하는 것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금융시장 개방 ▲정부 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이다. 이중 지식재산권 관련 부분은 중국의 상당한 양보가 가능한 부분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특허를 많이 내는 국가 중 하나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은 중국에도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타협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은 금융시장은 제한적으로 개방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미국과 프라자 합의에서 금융시장을 개방한 후 급격한 침체를 겪었기 때문에 중국은 그런 길을 가길 원치 않을 것이다. 반면 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의 산업 부흥책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는 당초 계획보다 속도가 늦춰질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국가의 미래 산업과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과 충돌을 완화 시키려 하면서도 계속 추진해 갈 것이다.
-양국이 들고 있는 카드는.
미·중 갈등이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들 수 있는 카드는 '확전'이다. 미국은 중국이 군사·이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자적인 가치 체계로 세계를 변화 시켜나가려 한다는 점을 공격 포인트로 삼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을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위 체제의 대결로 상징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명분상 우위에 서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결국 주변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과 서방의 압력에 대응해 스스로의 자강력과 자생력을 갖춰나가는 것이다.
-패권전쟁 장기화에 따른 한국의 대비책은.
우리는 당장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려 깊은 외교에 힘써야 한다. '제로섬 게임' 같은 결말이 불가피한 소용돌이 속에 말려드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남북한의 대결 비용을 최소화해 국가의 내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선택과 집중을 잘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