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불안한 신흥시장…비관론자들 "반전 어려워"

2018-12-16 13:00
미·중 무역전쟁, 美금리인상, 유가불안, 달러 강세 등 악재
中성장둔화 우려 "중·러 주식, 韓원화 손 털어라" 경고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신흥시장의 불안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비관론자들의 중론이라고 블룸버그가 16일 보도했다. 비관론자들은 중국의 성장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금리인상), 유가 불안, 달러 강세 등을 악재로 꼽았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싱가포르 주재 투자전략가인 제이슨 도는 올해 1월 시작된 신흥시장의 혼란을 예견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하나다. 그는 신흥국 자산시장 여건이 금방 좋아질 게 아니라고 본다. 터키 리라, 브라질 헤알,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 연초부터 강력한 투매 압력에 시달린 신흥국 통화들이 9월 이후 다시 랠리에 돌입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도의 진단이다. 그는 세계 경제 성장둔화, 연준의 추가 긴축을 비롯한 악재들이 신흥국 통화를 계속 약세로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했다.

도는 신흥시장의 불안이 장기적인 투자 행동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이어진 저금리 자금 홍수가 끝나고 달러 유동성이 빠듯해지고 있는 데 시장이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신흥시장에서 글로벌 자금을 유인할 거시경제적인 촉매가 두드러지지 않는 한 자금흐름이 궁극적으로 역전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리사 추아 맨GLG 머니매니저, 데이비드 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투자전략가, 카르멘 라인하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도 신흥시장 비관론을 고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신흥시장으로 8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되는 등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지만,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불거진 성장둔화 우려와 달러 강세, 중국·브라질·인도 등 대표 신흥국 경제의 취약성 등이 신흥시장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신흥시장이 내년에도 투매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비관론자들의 중론이지만, 신흥시장이 겪을 고통의 핵심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도 전략가는 연준의 금리인상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때가 바로 신흥시장에 뛰어들 때라며, 적기는 18개월 뒤라고 말했다. 도는 신흥국 통화 가운데 올해 낙폭이 컸던 아르헨티나 페소와 남아공 헤알의 반등 가능성을 기대했다.

BofA의 우 전략가는 미·중 무역전쟁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산안 등을 놓고 의회와 교착상태에 있기 때문에 미·중 무역협상에서 고자세를 취하기 어렵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보할 이유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 전략가는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되기 전에는 신흥시장 자산을 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성장둔화가 신흥시장 자산을 압박할 것이라며, 인도 루피, 멕시코 페소화에 대한 숏(매도)베팅을 권했다.

중국 비관론자로 유명한 존 폴 스미스 엑스트랫 창업자는 성장둔화로 신흥국 증시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무역이나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중국 주식과 러시아 주식, 한국 원화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추거나 손을 아예 털라고 조언했다.

캐시 존스 찰스슈왑 수석 채권 투자전략가는 달러 강세 우려를 들어 신흥시장 채권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흥국 국채와 미국 국채의 수익률(금리) 차이가 4.5%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