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캐피탈 매각 제외된 이유
2018-12-09 19:00
신용대출 등 안정적 수익 업계 3위
업계에서는 롯데캐피탈이 롯데 금융계열사 중 상위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외부 매각을 유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의 올 3분기 기준 자산은 총 7조5089억원, 누적 당기순이익은 950억원이다. 롯데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2013년 683억원, 2014년 746억원, 2015년 871억원, 2016년 1014억원, 2017년 116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자산 규모로는 현대캐피탈과 KB캐피탈에 이어 업계 3위이지만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950억원을 기록하며 2위 KB캐피탈(875억원)을 앞섰다.
롯데캐피탈은 롯데지주가 지분 26%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롯데캐피탈의 주요주주는 호텔롯데(39.37%)와 롯데지주(25.64%), 롯데건설(11.81%), 부산롯데호텔(11.47%) 등이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롯데지주 지분 25.64%와 지주 손자회사인 롯데건설 지분 11.81%를 매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주 자회사인 롯데캐피탈 대신 지주 지분이 전혀 없는 롯데손보가 매각 1순위로 등장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카드의 경우 지주 지분이 93.78%에 달하지만, 롯데손보는 호텔롯데(23.68%)와 부산롯데호텔(21.69%), 롯데역사(7.10%)를 주주로 두고 있다. 지주는 자회사 롯데역사가 보유한 손보 지분 약 7%를 해소해야 하는데, 이를 호텔롯데 등 내부에 매각하기보다 외부에 통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즉 롯데손보는 롯데역사가 가진 지분 7%만 해소하면 되지만 전체 매각하는 방안을 들고 나온 반면 롯데캐피탈은 지주 직접 보유 지분이 26%에 달함에도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롯데캐피탈은 롯데 금융계열사 가운데 수익성 좋은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롯데지주가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보이는 캐피탈 대신 카드와 손보만 매각 테이블에 올려놓은 까닭이다.
실제 올 3분기 기준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자산은 각각 12조9269억원, 13조3507억원으로 롯데캐피탈(7조5089억원)보다 덩치는 크지만, 누적 순이익은 각각 729억원, 619억원을 기록해 롯데캐피탈(950억원)에 못 미쳤다.
시장에서는 롯데지주가 캐피탈을 외부 매각하지 않고 보유 지분 26%를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에 매각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보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배구조상 지주 체제에 있지 않아 금융계열사를 가지고 있어도 문제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캐피탈은 업계 3위 기업으로 계열사를 통한 신용대출이나 기계설비 리스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며 "특히 롯데캐피탈은 한·일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가 지분 1.9%를 보유한 유일한 한국 계열사로 복잡한 지분 정리가 쉽지 않다는 점도 매각을 유보한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주가 당분간 매각을 유보하기 위해 캐피탈 지분을 호텔롯데로 이전한다해도 결국에는 롯데캐피탈을 M&A(인수합병) 시장에 내놔야 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캐피탈이 매각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업황 등을 전체적으로 보며 내부·외부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며 "당장 캐피탈을 외부 매각하지 않고 지주 지분만 호텔롯데로 넘긴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호텔롯데도 지주 체제 산하에 두는 것이 목표인 만큼 그때가서 다시 롯데캐피탈을 팔아야하는 상황이 온다"고 설명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도 "이번 매각대상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향후 호텔롯데가 상장 이후 롯데지주로 편입되면 롯데캐피탈 또한 매각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 손보, 캐피탈을 제외한 또 다른 금융계열사 롯데엑셀러레이터는 내부 매각이 유력해 보인다. 롯데엑셀러레이터는 설립 목적 자체가 그룹 내부 및 스타트업에 대한 인큐베이팅이기 때문에 외부 매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롯데오토리스는 롯데렌탈의 100% 자회사이지만 롯데렌탈이 호텔롯데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향후 호텔롯데가 지주 산하에 편입되면 캐피탈과 함께 M&A 시장에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