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유죄판결 없어도 음주운전 삼진아웃

2018-12-08 06:00
도로교통법 제44조 1항 해석
대법원 2018. 11. 15. 선고 2018도11378 판결

1. 들어가며

근 3년간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수만 해도 6만 건이 넘으며,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약 11만 명에 다다른다. 음주운전을 단순한 실수로만 인식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음주운전 재범률은 44.7%에 이른다. 음주운전은 운전자의 방향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반응속도를 느리게 하는 등 운전능력을 급격히 하락시키기 때문에 술을 마신 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는 교통사고 발생률을 급증시킨다. 결국,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 발생을 막기 위해서 음주운전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현재 도로교통법에서는 음주운전을 방지하기 위하여 상습적인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음주운전 삼진아웃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은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 제1항 제1호는 위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이 다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면 혈중알콜농도와는 상관없이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이하, “이 사건 조항”)하고 있는 바, 이를 이른바 음주운전 삼진아웃이라 부른다.

최근 위 음주운전 삼진아웃 규정과 관련하여 중요한 해석을 담은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기에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甲은 과거 음주운전이 적발되어 2008. 3. 12. 제주지방법원에서 음주운전죄로 벌금 1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과가 있다. 위 유죄판결 이후 甲은 한동안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가, 2017. 2. 2. 23:30경 경찰에게 음주운전 단속을 받아 혈중알콜농도 0.125%인 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이하, “2017. 2. 2.자 음주운전”). 며칠 지나지 않아 甲은 같은 달 27. 2:10경 혈중알콜농도 0.177%의 상태로 1km 가량 다시 음주운전을 하였고, 위 음주운전 역시 경찰의 단속에 걸리게 되었다(이하, “2017. 2. 27.자 음주운전”).

검찰은 2017. 2. 2.자 음주운전 및 2017. 2. 27.자 음주운전에 대하여 동시 기소하였는데, 2017. 2. 27.자 음주운전에 대하여는 음주운전 삼진아웃 규정인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조항의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심은 당시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甲의 2017. 2. 2.자 음주운전 행위를 제외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할 수 없어,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인정한 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위 원심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를 제기함에 따라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의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하여 해석하였다.

3. 판결 요지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의 운전을 금지하고, 법 제148조의2 제1항 제1호는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으로서 다시 같은 조 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한 사람을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은 행위주체를 단순히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으로 정하고 있고, 이러한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으로 형을 선고받거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람의 반규범적 속성, 즉 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나 안전의식의 현저한 부족 등을 양형에 반영하여 반복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으로 발생할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며 교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조항의 문언 내용과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조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문언 그대로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하여 음주운전을 하였던 사실이 인정되는 사람으로 해석해야 하고, 그에 대한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 등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할 때 위와 같은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자의 위반전력 유무와 그 횟수는 법원이 관련 증거를 토대로 자유심증에 따라 심리․판단해야 한다. 다만 이는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이므로, 그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4. 판결 의의

대법원은 비록 甲의 2017. 2. 2.자 음주운전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되거나 확정되기 이전이더라도, 甲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음주운전 행위 당시 이미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위 판결요지의 법리에 따라 2017. 2. 27.자 음주운전 행위에 대하여는 이 사건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음주운전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조항 자체의 문언적 해석에 집중하였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은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으며 이 사건 조항은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행위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을 종합하여 살펴 볼 때, 이 사건 조항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로 인하여 2회 이상 형을 선고 받거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을 전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하고 술에 취한 상태로 자동차를 2회 이상 운전한 자는 2회 음주운전 행위에 대하여 형의 선고를 받거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적이 없더라도 이후 음주운전 행위에 대하여 음주운전 삼진아웃 규정에 따라 가중처벌된다.

5. 나가며

2018. 9. 25. 새벽 2시경 혈중알콜농도 0.181% 상태였던 만취 운동자의 차량에 치여 20대 중반 어린 나이의 젊은 군인이 세상을 떠났다. 이 안타까운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음주운전에 대한 심각성 및 그에 비하여 지나치게 경미한 처벌의 문제점을 사회에 환기시켰다. 이 일을 계기로 음주운전 인명피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및 도로교통법에 대한 개정까지 이루어졌다. 기존 법률에 의한 처벌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한해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 국민들은 뉴스 속 음주운전 가해자를 맹렬히 비난을 하며, 피해자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해준다. 그러나 우리는 음주운전 범죄로 인한 심각성을 너무나도 쉽게 망각한 채 살아간다. 유명 연예인들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더라도 금세 방송에 출연하여 아무렇지 않은 듯 활동하고, 정치인들 중 상당수는 과거 음주운전 전과를 마치 경력사항 정도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들이 음주운전을 행하고도 버젓이 텔레비전에 나오고 정치생활을 이어가는 이유는, 음주운전에 대하여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대법원은 위 판결을 통하여 상습 음주운전자들의 음주운전 행위를 더 이상 경시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보였다. 동시에 위 판결은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망각하고 사는 국민의식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사진=김지혜 변호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