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앞에 놓인 불확실의 길…연준 위원들간 이견 커져
2018-11-28 17:23
"장기전망보다는 단기적 경제지표에 의지할 것"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정책도 나날이 예측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역전쟁 등으로 장기적 경제 전망이 힘들어진 가운데, 연준 내부에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장기적 전망보다는 단기 경제지표 의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연준 구성원들의 발언은 연준이 앞으로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데 있어 장기 전망보다는 최신 경제지표에 근거해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간) 지적했다. 이는 연준이 몇 개월 혹은 몇 년 단위로 이뤄지는 경제전망에 근거해 정책이 결정하는 것이 아닌 매달 혹은 매 분기 발표되는 물가상승률, 실업률, 경제성장률과 같은 단기 지표를 판단의 근거로 삼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연준의 금리정책은 시장의 예측에 상당히 부합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연준은 양적 완화로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했으며, 경기확장세가 자리를 잡으면서 연준은 2015년과 2016년 한 차례씩 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미국 경제가 호조가 확실해지면서 연준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3차례씩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를 2∼2.25%까지 올렸다. 12월 금리가 다시 한번 오르면 연방기준금리는 2.25~2.5% 수준이 된다.
WSJ은 "많은 연준 관리들은 경기를 지나치게 부양하지도 않으며, 둔화시키지도 않는 이른바 '중립금리'의 수준을 2.75% 혹은 3% 수준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중립금리의 수준에 대해 결정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시장이나 경제 수치를 보고 더 높게 혹은 더 낮게 중립금리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또 연준이 내년부터는 그동안 연간 4차례 였던 FOMC 기자회견을 8차례로 늘렸다면서, 이는 금리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그만큼 늘어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처럼 새로운 단계는 연준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투자자들에게 더 큰 어려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미국 경제가 가장 큰 변수…연준 내에서도 의견 불일치
연준의 행보가 불확실해지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무엇보다 커지는 미국 경제의 변동성이다. WSJ은 연준 관료들은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그 과정에 얼마나 큰 변동성이 있을 지는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금리인상은 주택가격 둔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유가도 하락세를 보이며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27일 뉴욕에서 열린 금융규제 콘퍼런스에서 "연준이 2015년 12월 금리 인상을 시작했을 때보다 중립금리에 훨씬 가까워졌다"면서도 "연준 내 여러 의견이 있으며, 지표가 새로 나올 때마다 중립금리에 대한 평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금리인상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미국 경기 회복에 균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연준의 금리인상 논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서 "2019~2020년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연준이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 속도를 유지하기는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호황을 겪고 있는 곳도 있지만, 경기 확대의 영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고 금리인상 속도 유지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숙련 노동자가 부족한 현상을 지적하면서 통화정책이 중립수준 이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연준 내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시장은 파월 의장의 연설과 29일 FOMC 의사록 발표 그리고 다른 연준 관료들의 발표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