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통령 계엄령 서명…"러시아의 함정 나포 대응"

2018-11-27 08:04

25일(현지시간) 소형 함정 2척과 함께 흑해 오데사항을 떠나 케르치해협을 거쳐 아조프해의 마리우폴로 항해할 계획이었던, 우크라이나예인선 예니카푸함이 흑해에서 러시아 경비함정에 들이받혀 선체와 주(主)엔진 등이 파손됐다. 양국 간 조약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선박 모두 아조프해를 항해할 권리가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자국 해안경비함정이 불법적으로 영해를 침범한 우크라이나 군함에 대응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이날 케르치 해협의 다리 위로 러시아 전투기들이 비행하는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 ]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전날 러시아 해군이 케르치 해협에서 자국 군함을 나포한 상황과 관련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은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보도문에서 포로셴코 대통령이 계엄령 발동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전날 러시아 해안경비대는 흑해에서 아조프해로 가기 위해 케르치해협을 통과하려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을 무력을 동원해 나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최소 3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를 포함 나포된 우크라이나 수병은 모두 24명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이번 나포에 대해 러시아 측은 영해 침범에 따른 합법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모스크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대행을 초치해 우크라이나 함정의 러시아 영해 불법 침임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자유로운 항행을 막는 공격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26일 국민 TV 담화를 통해 "대통령이자 군최고사령관으로서 국가안보국방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헌법적 의무를 이행했다"면서 "오는 28일 오전 9시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계엄령을 도입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안보 분야 최고 협의체인 국가안보국방위원회는 지난 25일 이번 케르치해협 사태와 관련해 60일간의 계엄령을 선포할 것을 제안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날 담화를 통해 계엄령은 당초 국가안보국방위원회가 제안한 60일이 아닌 30일로 줄어들었으며, 때문에 계엄령과 대선 선거운동 시작일은 겹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은 이번 조치가 최근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포로셴코 대통령이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일부 주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26일 대통령이 서명한 계엄령은 의회 승인을 거쳐야만 정식 발효한다. 계엄령 기간에는 대선과 총선 등 모든 선거가 금지되며, 언론보도 및 집회·시위 제한, 정당 및 사회단체 활동 금지, 통행금지, 강제 노역 동원, 외국인 추방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한편 포로셴코 대통령은 "계엄령은 전쟁선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 러시아의 공세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