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개정되는 공정거래법…전문가들, 세부 쟁점서 이견
2018-11-26 18:16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공개 토론회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38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1980년 전두환 정권에서 만들어진 이후 변화한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정부·여당은 부분이 아닌 전부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국회가 내달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세부 쟁점을 두고 각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 도서관에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례적으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 외에도 김태년·김병욱·이원욱·박재호·김성환 의원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자리했다.
이 대표는 “우리 사회는 재벌 위주의 경제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갑과 을의 관계가 명백하고, 갑이 우세한 사회였다”며 “그런 사회에서 갑질을 바로잡기 위한 부분이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은 크게 ▲경쟁 법제(정보교환행위·전속고발제·자료제출명령제) ▲기업집단 법제(순한출자 의결권·금융보험사 및 공익법인 의결권) ▲절차 법제(진술조서 작성의무·공정위 구성) 등으로 나뉜다.
먼저 경쟁 법제 부문에서는 형벌 조항 정비가 쟁점이다. 특위안·정부안·의원안은 기업결합행위, 일부 불공정거래행위, 일부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 형벌을 부과할 가능성이 적은 행위에 대해서는 형벌 규정을 삭제했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역시 형벌 조항을 정리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정거래법은 법 위반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기 어려운데 기업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수사와 기소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켜야 한다”며 “형사 처벌에 대한 부담을 줄여서 기업 활동을 촉진시키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근접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상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형벌을 줄이고 민사 구제를 늘리는 방향에 대해서는 정답을 말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공정위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법원에서 이 조항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렸다. 공정위 의지대로 법원에서 반영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 확대·축소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또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특위는 전속고발제를 유지하되 고발요청권 확대 등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으나 정부안과 의원안은 경성 담합(가격담합·공급제한·시장분할· 입찰담합)에 관해서는 폐지하자고 했다.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부장은 “경제 관련 불공정 행위 처벌은 형벌을 지양하고, 과징금 등으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경성 담합 폐지는 생계형 영세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의 공동사업에 대한 부당 공동행위 배제 적용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기업집단 법제 부분에서 공익법인 의결권을 강화한 조항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특위안과 의원안은 기존의 특수 관계인 합산 15% 의결권과 별도로 공익법인이 독자적으로 5%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백 이사는 “재산권 침해 소지나 공익 법인의 설립 활동을 위축할 우려가 있다”며 “해외에서는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를 폭넓게 허용하고, 사회 공헌 의무를 강하게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 국장은 “실제적으로 기업들이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지, 실효성을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부분을 담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회에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절차 법제 부분에서 공정위 구성과 관련, 비상임 위원 제도를 유지할 것이냐(특위안), 상임위원으로 전환할 것이냐(정부안·의원안)를 두고 평가가 엇갈렸다.
황태희 성신여대 법학 교수는 “공정위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의결해야 한다”면서 “직능단체가 공정위 위원 추천 권한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성을 충족할 수는 있지만 독립성 해결 방안에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부장은 “공정위 구성을 상임위원화하고, 직능단체의 추천을 받는 것은 전문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비상임위원 제도의 취지가 있다. 외부의 민간 전문가를 충원하고, 위원회의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공정위가 처한 여건을 보면 비상임위원 제도의 장점보다 부작용이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상조 위원장은 축사에서 “닮았으면서도 다른 모습의 정부안과 민병두 의원안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두 가지 다른 길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은 사회 각층의 이해관계가 복잡 다단하게 얽혀 다양한 문제 의식과 해법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대안을 놓고 논의할수록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