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둔화냐, 경기침체냐...시장에 번지는 세계 경제 비관론

2018-11-26 11:18
글로벌 주식·채권·상품 동반 뒷걸음…성장둔화 기정사실화, 경기침체 우려도

지난 12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세계 경제 비관론이 번지고 있다. 급격한 변동성에 고조된 성장둔화 우려가 경기침체 공포를 부채질하고 있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월가에 성장둔화 우려가 팽배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경기침체 신호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15%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증시에서 암울한 신호가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최근 급격한 변동성에 홍역을 치렀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만 지난 9월 말 이후 3조 달러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그 사이 간판 지수인 S&P500은 조정을 겪었다. 지수가 전 고점에서 10% 이상 떨어졌다는 말이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중국, 유럽 증시도 전 고점 대비 10% 이상의 낙폭을 경험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투자자들이 방어주를 비롯해 변동성에 저항력이 큰 종목에 몰리고 있다며, 이는 전부터 성장둔화의 전조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돋보인 경제와 기업실적 성장세가 내년에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비관론을 뒷받침한다. 이에 더해 미·중 무역전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지속 전망은 성장둔화를 넘어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주식, 채권, 상품(원자재) 등 세계 주요 자산시장이 이례적으로 동시에 뒷걸음친 것도 불길한 신호로 월가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 분석에 따르면 70개 자산군 가운데 90%가 올 들어 이달 중반까지 총수익률(달러 기준)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9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위험자산이든, 안전자산이든 투자자들이 숨을 때가 사실상 없었다는 의미다.

브루스 맥케인 키뱅크 수석 투자전략가는 "투매를 촉발하고 있는 게 뭐겠느냐"며 "시장이 우리가 보지 못하는 뭔가를 보고 있고 세계 경제 성장세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약하며 숨을 곳이 많지 않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생각들"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의 경기침체 예상력이 형편없다고 꼬집었다. 최근 침체 신호가 구체적이지 않아도 방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 거시경제학자인 프라카시 라운가니가 2014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경기침체 49건 가운데 1년 전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일치로 예측된 경우는 단 1건도 없었다. 1990년대 발생한 60건의 경기침체 중에도 1년 전에 예견된 건 2건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