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난황소' 마동석이라는 장르
2018-11-24 00:01
영화 ‘성난황소’(감독 김민호)는 마동석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과 유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이미지 소모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는 줄곧 들려왔으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관객들은 마동석의 액션과 유머에 울고 웃었다.
김민호 감독의 데뷔작이자 마동석이 주축이 된 ‘팀 고릴라’가 공동제작한 ‘성난황소’는 거칠었던 과거를 벗어나 수산시장에서 건어물을 유통하며 건실하게 살던 동철(마동석 분)이 납치된 아내 지수(송지효 분)를 구하기 위해 납치범(김성오 분)을 쫓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주경제는 22일 개봉한 영화 ‘성난황소’의 주인공인 마동석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부터 액션에 대한 원대한 꿈까지…마동석의 속내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제작에 참여한 건 ‘원더풀 고스트’ ‘동네 사람들’이 먼저였다. 참여한 순서대로 개봉된 건 아니다. 사실 아직 팀 고릴라로서 내놓은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함께 작업한 작품들이 먼저 개봉했고 그 친구들이 모여 팀 고릴라가 된 거다.
‘성난황소’는 어땠나?
- 김민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고 제가 프로듀서 역할을 했다. 한창 영화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김 감독이 생활고를 겪으며 영화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왔다. 다른 곳에 취직까지 했었는데 영화가 투자를 받으면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부산행’으로 잘되기 이전부터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황소’ 등 오래 알고 지냈던 감독들과 작품을 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들은 제가 힘들 때도 함께 해왔던 사람들이라서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 최근 비슷한 장르의 영화가 잇따라 개봉하면서 ‘더 자주 나온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사실 제게 다양한 영화가 들어오진 않는다. 주로 액션 영화고 저 역시도 액션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출연을) 하게 된 거다. 예전에 한 제작자분이 ‘부산행’ 뒤에 바로 또 액션을 하는 건 분명 캐릭터적으로 한계가 있을 거라고 했다. 액션의 길을 쭉 걷는 건 찬성이지만 분명 피로감을 안고 가야 한다고. 이후 ‘범죄도시’도 영화는 잘 됐지만 극 중 캐릭터 역시 마동석의 이미지를 담은 캐릭터였다.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작은 변주들은 두려고 한다.
아직 비슷한 장르의 영화만 들어오나?
- ‘범죄도시’가 끝난 뒤에는 조금 다른 장르의 영화도 들어온다. 내년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다. 예컨대 제가 분식집을 하다가 돈가스집으로 직종을 변경한 건데 매번 맛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신메뉴들을 보여드리려고 노력 중이다.
유난히 후배들에게 좋은 평을 받는다.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배우라고
- 제가 좋아하는 동생들이니까. 저도 행인7 역할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영화를 하고 있지 않나. 당시 제일 궁금했던 게 무슨 영화에 무슨 배역의 오디션이 있느냐는 거였다. 그런 정보를 몰라서 한참 헤맸었다. 후배들은 어떤 영화가 있는지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다. 제가 소개해줘도 (오디션에) 합격하고 안 하고는 본인의 역량이다. 연기 잘하고 좋은 친구들이 오디션은 한번 꼭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인 거다.
이번 작품도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다는 생각이 든다
- 영화가 심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오락 액션 영화라서 분위기를 상쇄시킬 배우가 필요했다. (김)민재나 (박)지환이는 연기도 잘하고 역할도 잘 소화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 말고도 영화 속에 저와 액션을 펼치는 거구의 친구가 등장하는데 프로농구선수 출신의 박광재다. ‘챔피언’ 때 만났는데 액션영화가 너무 하고 싶다고 하더라. 마침 ‘성난황소’에 딱 맞는 역할이 있어서 소개했었다.
이번 영화가 기존 액션과 다른 점이 있다면?
- 제게 요구되는 것 중 하나가 통쾌한 액션이다. 결국 통쾌함은 행동보다는 드라마로 쌓아가는 거다. 액션을 어떤 장르, 스토리에 싣는지가 중요한 거지. 그러다 보면 액션도 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또 액션마다 디자인이 다른데 ‘부산행’의 경우는 좀비와 싸우는 거니까 해치우는 느낌으로 공격한다면 ‘범죄도시’는 상대를 경찰서로 데려가야 하니 다치지 않는 선에서 제압한다는 인상으로 액션을 펼친다. 이번 ‘성난황소’는 뭐든지 뚫는다는 느낌으로 액션을 만들었다. 보면 문도 창문도 모두 뚫어버린다.
액션 연기도 좋지만 디테일한 감정 연기들도 눈에 잘 띄었다
- 제가 인상이 진하고 이미지가 세서 세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극 중 동철의 감정은 처음부터 격한 게 아니라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부터 감정 연기가 펼쳐진다. 감독님께서 말보다 주먹으로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액션으로 감정 연기를 펼치려고 했다. 액션 오락 영화기 때문에 너무 처절한 눈물 연기보다는 적당한 감정선이 필요했고 그걸 부족하지 않게 물 흐르듯 표현하려고 했다. 항상 영화를 찍을 때 대단한 연기를 하지도 못하지만 연기를 펼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필요한 부분을 잘 녹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액션 영화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존 G. 아빌드센 감독의 ‘록키’(1976)를 보고 영화를 시작했다. 액션영화를 좋아하고 오래 보여드리고 싶다. 배우 장동휘 선생님은 자신의 캐릭터로 500여 편의 액션영화를 찍으셨는데 저도 그분처럼 액션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다. 한 편 한 편 치열하게 늘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찍는다. 액션영화도 뭔가 부족하다면 발전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거다. 액션 영화를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할 수 있을 때 많이 찍는 거다.
보통 액션영화 주인공이 어려운 상대를 깨나가는 식이라면 마동석표 액션영화는 주인공이 대적할 수 없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맥이 빠질 수도 있건만 관객들은 도리어 ‘마동석이 내 편이라 좋다’는 반응이다
- 내 편이라서 든든하다는 반응도 계속 반복된다면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것 역시 다른 방향으로 디자인해야겠지.
마동석이라는 배우를 장르화하고 또 캐릭터화하다 보니 이미지 소비에 관한 우려도 들려온다
- 배우를 두고 소비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제게는 생산적인 일이다. 캐릭터를 완성했을 때 솟아오르는 에너지가 있다. 그 에너지로 또 다른 것을 생성할 힘이 생기는 거다. 연기 하나만 가지고 볼 때는 진 빠지고 뼈를 깎는 느낌이 드는데 액션영화를 해냈을 때 드는 생산적 느낌이 분명 있다.
관객이 마동석에게 바라는 시선과 이미지가 명확하지 않나. 오히려 그런 점이 한계로 느껴지지는 않나?
- 그렇지는 않다. 제가 연기를 못해서 읽히지 못한 부분도 있는 거지. ‘챔피언’ 같은 경우 관객이 기대하는 저의 모습이 나오지 않아서 실망하셨던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어린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도 하고 싶다. 예상과 달라 싫으실 수도 있으나 어떤 영화와 만나 변화시킬 기회도 분명 있으리라고 본다. 결국은 작품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왜 어린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꿈꾸나?
- 세대가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 그런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할리우드 진출 계획은 없나? ‘부산행’ 이후 세계가 마동석의 캐릭터에 주목하고 있는데
- ‘부산행’ 이후 출연 제의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베이스기 때문에 한국영화를 찍는 게 우선이었다. 저는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영화가 해외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마음도 크다. 저는 부족하니 다른 분들이 이뤄주시면 좋겠고. 하하하. 할리우드 영화 출연도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다. 타이밍이 있다면 출연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