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중국소비를 좌우하는 바링허우·주링허우

2018-11-23 04:00

[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중국의 바링허우(八零后)와 주링허우(九零后)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소위 중국의 신세대다. 중국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갈수록 높이고 있는데, 이유는 소비시장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이유는 뭘까. 첫째, 인구비중이 높은 점을 들 수 있다. 중국 인구는 2017년 기준 세계 최대인 13억8000만명으로, 이 중 52%가 40세 미만이고, 바링허우와 주링허우는 합쳐서 약 30%에 달한다.

둘째, 이들은 개방·개혁 이후 세대로 고등교육을 받아 엘리트계층이 가장 많은 데다 경제적으로 고소득층이고, 소비성향이 높다. 젊을수록 저축보다 소비가 많고, 월급을 다 써버린다는 월광족(月光族)도 이들의 한 단면이다. 10년 단위로 세대를 나눠보면 2017년 1인당 연간 소비금액은 바링허우가 6만1974위안으로 1위, 치링허우(七零后·1970년대 태어난 사람)가 5만6676위안으로 2위, 주링허우가 3만5107위안으로 3위다. 하지만 2015년 대비 증가율로 보면 주링허우 2.7배, 바링허우 2.2배, 치링허우 1.7배로 주링허우가 가장 빠르다. 한마디로 바링허우, 주링허우가 중국 소비의 주축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셋째, 정책 및 환경변화 때문에 이 세대가 동질성을 갖게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예컨대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거의 다 외동딸, 외아들이고 대학생 증가정책으로 1990년대 초 60만명이던 대학생이 지금은 10배가 넘는 630만명이나 됐다. 외동자녀면서 대학 고등교육을 받은 동질성집단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넷째, 인터넷과 웨이보로 쉴 새 없이 의사소통하고 있어 집단적 생각과 행동이 가능해진 점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주링허우 대학생의 경우 약 90%가 웨이보를 이용하고, 70% 이상이 인터넷을 보유하고 있어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도 한다.

그럼 이들의 소비행태는 어떤가. 첫째, 한마디로 자라온 환경이 달라 치링허우 같은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외동자녀, '소황제(小皇帝)'로 컸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이다. 본인에게 필요하면 한 치 고민 없이 즉시 사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집을 살 만한 현금이 모여야 살 집을 알아보는 이전 세대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둘째, 교육수준이 높고 유학경험도 많아서 글로벌 브랜드, 명품선호도가 높고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전에 와인 붐이 일어나 중국이 세계 최대 와인 소비국이 됐던 것도 이들이 소비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셋째, 유행의 집단소비와 소비동조화도 신세대 소비특징으로 꼽힌다. 과거엔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유행한 후에야 전국으로 퍼지던 국내외 소비정보와 패션이 이젠 이들의 필수품인 휴대폰과 웨이보를 통해 순식간에 전국 젊은 층의 집단소비를 자극한다.

넷째, 주로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온라인소비, 즉 전자상거래시장 확대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예컨대 2017년 중국의 기업 대 개인(B2C) 전자상거래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5.1% 증가한 1조1153억 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솔로데이 혹은 광군절로 잘 알려진 11월 11일 매출액도 매년 30~40%씩 급성장세다. 대표 쇼핑몰인 알리바바 티몰의 경우 매출액을 연령별로 보면(2016년 기준) 25세 이하가 25%, 26~35세 49%, 36~40세 11%, 41세 이상 15%로 금액으론 바링허우, 이용빈도 수로는 주링허우가 최고라고 한다.

최근 바링허우, 주링허우들의 소비품목 중 인기품목 두 가지를 꼽아보면 첫째, 남성 미용상품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1995년 이후에 태어난 95후(後)세대의 소비가 많은데, 이들 젊은 남성이 이용하는 미용 관련 상품의 2017년 소비액은 전년 대비 60%나 급증했다. 얼굴팩·스킨케어상품·세안용품 등의 인기가 높고, BB크림·립크림·립스틱 구입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독신 젊은이들이 늘면서 애완동물, 특히 고양이 캐릭터 상품, 가상의 고양이 동영상, 게임 등이 인기상품으로 뜨고 있다. 바링허우, 주링허우 중에는 대학 입학과 취직을 위해 어려서부터 고향을 등지고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혼자 사는, 그래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젊은이들이 많다. 소위 '빈집청년(空巢靑年)'이라고 한다.

이러한 신세대의 수요와 니즈를 미리 잘 파악하면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 취미, 심리상황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정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