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한류 열풍 성공할까” 대만 지방선거 관전포인트
2018-11-22 15:46
'남강녹약'···차이잉원 정권 중간성적표는?
대만에 부는 韓流··한궈위 열풍 어디까지···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 2020년 대선 후보로 자리잡을까···
2020년 도쿄올림픽···'대만' 국호로 참전?
대만에 부는 韓流··한궈위 열풍 어디까지···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 2020년 대선 후보로 자리잡을까···
2020년 도쿄올림픽···'대만' 국호로 참전?
24일(현지시각) 실시되는 대만 지방선거가 야당인 국민당(파란색)이 우세하고 여당인 민진당(녹색)이 열세에 놓인 '남강녹약(藍强綠弱)'의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몇 가지 주목할만한 포인트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현 집권당인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에 대한 중간성적표 의미가 있는 데다가 2020년 대만 총통 선거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향후 미·중 관계, 양안(兩岸, 중국 대륙과 대만) 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대만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 '남강녹약'···차이잉원 정권 중간성적표는?
현재 민진당은 전국 6개 직할시와 현·시 등 22개 단체장 중 절반 이상인 13개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타이베이(무소속), 신베이(국민당)을 제외한 나머지 타이중(臺中), 타이난(臺南), 가오슝(高雄), 등 4개 직할시 시장이 모두 민진당 출신이다.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집권 시절인 2016년 지방선거 때 집권여당이었던 국민당이 점유하고 있던 15석 가운데 단 6석 밖에 건지지 못하면서다. 당시엔 그야말로 '국민당 참패'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당 ‘공격’에 맞서 민진당이 과연 제대로 ‘수성’할지는 불확실하다.
펑타오(彭韬) 화중사범대학교 대만동아시아연구센터 판공실 주임은 앞서 6일 홍콩 매체인 성도환구망(星島環球網)를 통해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조합해 봤을 때 현재로선 국민당이 우세한 곳이 9곳, 민진당 7곳, 그리고 기타 정당이 3곳. 불확실한 곳이 4곳”이라고 분석했다. 천수이볜(陳水扁 ) 전 대만총통 총통판공실 주임을 지낸 대만 시사평론가 천쑹산(陳淞山)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민진당이 3~6개 잃은 8~9석, 국민당이 9~10석, 무소속이 2~3석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민진당 표밭’이라 할 수 있는 가오슝, 타이난 등 남쪽 지역을 국민당에 빼앗기면 민진당으로선 참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민진당의 상황이 녹록하지 못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는 차이잉원 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진당 지지성향의 싱크탱크인 대만민의기금회가 13일 발표한 지방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결과 차이잉원 정권 지지도는 28.5%로,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정당별 지지도는 민진당 23.5%로, 국민당 지지도인 35.4%에 크게 못 미쳤다.
천쑹산 평론가는 "대만 대다수 민중들이 민진당의 국정 개혁, 민생, 양안 정책 등 의제에서 실망했다"며 "이로 인해 민진당은 2020년 대선도 위태롭다"고 진단했다. 중국의소리(보이스오브차이나)에 따르면 쉬신량(許信良) 민진당 전 주석은 “지든 이기든 차이 총통이 양안 정책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중국 대륙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패하면 차이 총통의 2020년 연임이 불투명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에 부는 韓流··한궈위 열풍 어디까지···
특히 민진당으로선 20년간 '붙박이'처럼 지켜왔던 가오슝 시장 자리도 수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류(韓流) 열풍 때문이다. 한류는 우리나라 대중문화 열풍이 아닌 가오슝 시장 후보에 출마한 국민당 후보 '한궈위(韩国瑜) 열풍'을 일컫는다. 앞서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이 최신호에서 “한류가 대만 지방선거 판세를 뒤집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한 후보는 넉 달 전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오슝 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진당 천치마이(陳其邁) 후보에 크게 뒤져 있었지만 지난 9월 지지율을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13일 민진당 지지 성향의 대만민의기금회에 따르면 한궈위 후보 지지도는 55%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30.4%, 잘 모르겠다는 14.6%에 불과했다.
'한류'는 비단 가오슝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타 지역에까지 퍼지며 국민당 후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쉬신량 전 주석은 "국민당 가오슝 시장 후보인 한궈위 현상 압박으로 민진당이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스핑(范世平) 대만사범대 정치연구소 교수가 "한궈위가 '국민당 구세주'로, 활력을 잃은 국민당을 기사회생시켰다"고 표현한 이유다. 한류 열풍은 차이 정권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의 표출구가 되고 있다고 장정슈(張正修) 난카이대 교수는 지적했다.
'대머리 아저씨'라는 친근하고 털털한 이미지로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은 한 후보는 1957년생으로, 한때 대만 입법위원(국회의원) 등으로 활동했다. 2012년부터는 타이베이 농산품운수판매공사 총경리를 맡아오다가 다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흑백선전이나 비방·인신공격은 하지 않고 가오슝 지역 경제 살리기에만 집중하는 한 후보에 유권자들이 신선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평이다.
다만 지난 19일 치러진 천치마이(陳其邁) 민진당 가오슝 시장 후보와의 TV토론에서 한 후보가 다소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며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 2020년 대선 후보로 자리잡을까···
올해 대만 지방선거에 '한궈위 열풍'이 분다면, 앞서 4년 전 2014년 지방선거에선 ‘커원저(柯文哲) 돌풍’이 불었다.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역시 이번 대만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다. 왜냐하면 마잉주, 천수이볜 등 대만 전직 총통들이 거쳐간 타이베이 시장직은 '총통 등용문'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외과의사 출신의 정치샛별 커원저는 ‘대만의 안철수'로 불리며, 당시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전략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몰이했다. 특히 무소속이지만 민진당과 연합, 16년간 '국민당 텃밭’이었던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 출마해 국민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며 차기 총통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친중·반중에 얽매이기보다는 양안 관계에 있어서 실용주의적 태도를 취해 여야 가릴 것 없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4년간 타이베이 시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게다가 최근엔 아예 민진당에서 등을 돌려 단독으로 출마하며 민진당·국민당 양쪽의 공격을 모두 받아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아직까지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국민당 딩서우중(丁守中) 후보가 바짝 추격하고 있고, 선거일 가까워질 수록 격차는 줄고 있어서 향후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대만' 국호로 참전?
대만 지방선거는 특별시·현(급)시 시장 및 시의원을 비롯해 아홉 가지 공직자를 한번에 선출해 '구합일(九合一)' 선거로 불린다. 약 1800만명의 유권자가 총 1만1130명에 달하는 공직자를 선출하게 된다.
올해엔 이와 더불어 국민투표도 함께 진행돼 관심을 끈다. 도쿄올림픽 '대만' 국호로 출전, 동성애 혼인 허용, 양성평등 교육, 탈원전,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여부, 방사능 식품반대 등이 국민투표 항목이다.
특히 이중 가장 이슈가 되는 건 대만이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에 ‘차이니스 타이베이(중화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으로 국호를 바꿔 참가하느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대만이 오는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대만'(Taiwan)’으로 국호를 바꿔 참가한다면 참가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여기에다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대만이 국민투표 향방에 따라 어떤 자세를 취할지 귀추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