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대표 궁중회화 ‘기사계첩’ 국보 승격 예정

2018-11-22 14:24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등 3건 보물 지정 예고

[문화재청]

조선 대표 궁중회화로 꼽혀 온 ‘기사계첩’이 국보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18세기 초 대표적 궁중회화로 꼽혀 온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을 국보로 새로 지정 예고하고,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를 포함한 고려 시대 불화, 조선 시대 목판과 경전 등 3건에 대해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2일 밝혔다.

1987년 보물 제929호로 지정된 ‘기사계첩’은 1719년(숙종 45년) 숙종이 59세로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를 하고 궁중화원에게 의뢰해 만든 서화첩이다. 행사는 1719년에 시행됐으나 참석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1720년에 최종 완성됐다.

계첩은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를 조직해 만든 화첩으로, 보통 참석한 인원수대로 제작해 나눠 갖은 것이 풍습으로 오늘날 기념사진과 유사한 기능을 했다.

기로소는 70세 이상, 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노년의 문관들을 우대하던 기관으로 1719년 당시 숙종이 59세로 들어갈 시기가 되지 않았으나, 태조 이성계가 70세 되기 전 60세로 들어간 전례에 따라 입소했다.

계첩은 기로신 중 한 명인 문신 임방(1640~1724년)이 쓴 서문과 경희궁 경현당 연회 때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1653~1719년)의 발문, 각 의식에 참여한 기로신들의 명단, 행사 장면을 그린 기록화, 기로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반신(半身)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 등으로 구성됐다.

기사계첩에는 경희궁 흥정당에서 기로소에 어첩을 봉안하러 가는 행렬이 담긴 어첩봉안도, 이튿날인 2월 12일 기로신들이 경희궁 숭정전에서 진하례를 올리는 숭정전진하전도, 4월 18일 경현당에서 왕이 기로신들에게 베푼 연회 광경인 경현당석연도, 기로신들이 경현당 석연에서 하사받은 은배를 들고 기로소로 돌아가는 행렬을 표현한 봉배귀사도, 기로신들이 기로소에서 연회를 행하는 모습을 담은 기사사연도가 포함돼 있다.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명암법을 적절하게 사용해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조선 후기 ‘궁중행사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첩의 마지막 장에 제작을 담당한 도화서 화원 김진여, 장태흥 등 실무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것도 다른 궁중회화에서는 찾기 어려운 ‘기사계첩’만의 특징이다.

수준 높은 색채와 구도, 세부 표현에 있어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작품으로 18세기 이후 궁중행사도 제작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문화재청은 제작 당시의 원형을 거의 상실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고 그림 완성도가 매우 높아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어 국보로 승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는 14세기경 제작된 고려 시대 작품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의 자비력을 극대화한 불화다. 천수관음은 ‘천수천안관세음보살’ 또는 ‘대비관음’이라고도 불리며, 각기 다른 지물을 잡은 40~42개의 큰 손과 눈이 촘촘하게 그려진 작은 손을 가진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 불화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변색됐으나, 11면의 얼굴과 44개의 손을 지닌 관음보살과 화면 위를 가득 채운 원형 광배, 아래쪽에 관음보살을 바라보며 합장한 선재동자, 금강산에서 중생이 떨어지는 재난을 묘사한 타락난 등 관음신앙과 관련된 경전 속 도상을 충실하게 구현했다. 요소마다 화려한 색감과 섬세한 필력으로 대상을 정확하게 묘사해 매우 우수한 조형감각을 보여준다.

고려불화 중 현존 유일하게 알려진 천수관음보살도일 뿐 아니라 다채로운 채색과 금색 물감의 조화, 격조 있고 세련된 표현 양식 등 고려불화의 전형적인 특징이 반영된 작품으로, 종교성과 예술성이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제진언집 목판’은 1658년(효종 9년) 강원도 속초 신흥사에서 다시 새긴 ‘중간 목판’으로, ‘불정심다라니경’, ‘제진언집목록’, ‘진언집’등 3종으로 구성됐다. 이 목판은 1569년(선조 2년)에 안심사에서 처음 판각됐으나, 안심사본 목판은 현재 전하고 있지 않아 신흥사 소장 목판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판본에 해당한다.

한글, 한자, 범어가 함께 기록된 희귀한 사례에 속하며 16~17세기 언어학과 불교의례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자료이다. 또, 신흥사가 동해안 연안과 가까워 불교 의식인 수륙재 등과 관련된 불교의례가 빈번하게 시행된 사실을 감안할 때 강원도 지역의 신앙적 특수성과 지리‧문화적인 성격 그리고 지역 불교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묘법연화경’은 조선 초기 명필가 성달생과 성개 형제가 부모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법화경’을 정서한 판본을 바탕으로 1405년(태종 5년) 전라북도 완주군의 안심사에서 승려 신문이 주관하여 간행한 불경이다.

7권 2책으로 구성된 완질본으로 권4에는 변상도가 6면에 걸쳐 수록돼 있고 판각도 정교하다. 구결이 전반적으로 표기돼 있고 한글로 토가 달려 있어 조선 초기 국어사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 판각 이후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인출된 책으로, 간행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발문을 통해 조선 초기 불경의 간행 방식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서지학과 불교사 연구에서도 학술적 가치가 높다.

문화재청은 ‘기사계첩’과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등 4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국보‧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