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달러'의 귀환…7년 주기 깬 달러 강세장 향방은?

2018-11-13 15:08
달러인덱스 17개월 만에 최고…세계 경제 성장둔화, 유럽 리스크에 내년에도 강세 지속될 듯

[사진=AP·연합뉴스]


"킹 달러(King dollar)가 성장둔화·유럽 리스크(위험)를 안고 있는 세계에서 최고로 군림하고 있다."

로이터는 12일(현지시간) 달러 값이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달러 강세의 배경을 이렇게 진단했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97.6까지 뛰며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는 세계 경제의 성장둔화 우려와 이탈리아, 영국을 둘러싼 유럽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달러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둔화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춘 게 결정적이었다. 예상치는 모두 종전에 제시한 수치보다 0.2%포인트 낮은 3.7%. IMF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건 2016년 7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지난 6일)를 치른 뒤 대중 반무역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미국의 공세가 중국의 성장둔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에 더해 유럽에서는 분열 조짐이 짙어졌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에 13일까지 수정된 새 예산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포퓰리스트 정부가 재정적자 목표치를 낮추지 않으면 불화가 불가피하다. 영국도 EU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합의 없는 브렉시트,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가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노딜 브렉시트는 브렉시트 시나리오 가운데 최악으로 꼽혀왔다.

발렌틴 마리노프 크레디트아그리콜 주요 10개 통화 투자전략 부문 책임자는 "킹 달러가 귀환했다"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금리인상 기조를 확인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달러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정대로 다음달에 올해 네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블룸버그도 무역전쟁, 브렉시트, 이탈리아 등과 관련한 리스크가 달러 강세 행진을 연장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달러 베어(dollar bear·달러 약세론자)'조차 당장은 달러 약세 베팅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며, 이들이 겨울잠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내년 어느 시점까지는 달러 약세 베팅이 수익을 내지 못할지 모른다는 관측에서다.

벤 랜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외환 투자전략가는 미국의 성장세가 냉각되면서 내년에는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점치면서도, 브렉시트와 이탈리아 재정위기를 둘러싼 우려가 달러 가치를 떠받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타이밍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며 "일련의 리스크를 감안하면, 달러 매도 베팅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전문지 시킹알파는 과거 추세를 보면, 달러 강세가 보통 7년 주기로 이어지는데 지난 7월에 이미 반환점을 돌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게 달러 강세 장기화의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봤다. 기준금리의 경우, 미국은 2~2.25%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은 여전히 제로(0)금리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시중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독일은 연초 0.8%에서 최근 0.4%로 반 토막이 났지만, 미국은 2.5%에서 3.2% 수준으로 올랐다.

시킹알파는 연준이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고수할 태세인 만큼 달러 강세 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 강세는 달러로 가격을 매기는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 시킹알파는 또 달러 강세가 신흥시장에 악재지만,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증시 전반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금이 달러 자산으로 수렴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