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미학]버섯 향에 취하고 술익는 향에 또 취하는 충북 괴산

2018-11-19 00:00
가을 미식의 고장 ‘을 찾아서

눈길 닿는 곳마다 겹겹이 산주름으로 둘러싸인 충북 괴산에는 예부터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아름다운 산수를 이루고 있다. 이토록 자연의 아름다움이 듬뿍 담긴 지역 괴산이니 식도락은 말할 것도 없다. 괴산 여행 중의 제일이 아마도 식도락 여행일 듯싶다. 
괴산에서 나는 야생 버섯을 활용한 버섯요리 한 점과 100년 역사 자랑하는 전통 양조장의 옛 막걸리 한 잔이면 늦가을 여행, 대성공이다. 

◆향긋한 버섯 내음, 시원한 국물···최고의 건강식 자연산 버섯전골 
 

비악산 식당에서 판매하는 자연산 버섯 전골. 10여종 넘는 자연산 버섯과 소고기, 갖가지 야채가 어우러지며 깊은 맛을 낸다. [사진=기수정 기자]

독특한 향을 품었고 식감은 쫄깃하다. 가을이면 그 향과 맛의 깊이는 더 깊어진다. 우리나라 대표 식재료 '버섯
'에 대한 얘기다. 

뛰어난 맛뿐 아니라 몸에 좋은 유효 성분도 다양하게 함유하고 있어 그 자체로 훌륭한 음식이 되는 버섯은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이곳 괴산은 자연산 버섯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단다. 자연산 버섯은 채취가 어려울 뿐 아니라 재배버섯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터라 자연산 버섯을 구하는 것도, 먹는 일도 쉽지 않은데 전국에서 자연산버섯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실제로 괴산에는 청정지역에서 채취한 100% 자연산 버섯을 요리한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많다. 대표주자가 비악산 식당과 다래정이다.

비악산 식당은 자연산 버섯을 재료로 한 전골이 인기다. 주인장이 직접 뒷산에서 채취한 자연산 버섯으로 요리한다고.

쌍곡계곡 휴양지 내에 있기 때문에 버섯을 채취하기도 좋고 민박까지 겸하고 있어 외지 손님들이 많은 편이란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나물도 직접 채취하는 자연산이다.

"버섯마다 향과 식감이 모두 다르니 하나씩 천천히 맛보라"고 권하는 주인장의 말씀을 따라 하나씩 골라내어 천천히 맛본다. 과연 놀라운 맛이다. 버섯의 진한 향이 입안으로 은은하게 퍼져나간다.

국물은 또 얼마나 시원한지, 끓이면 끓일수록 버섯의 향과 잘 어우러지는 육수가 과연 일품이다. 

자연산 버섯전골은 다래정의 대표 메뉴이기도 하다.

이곳 역시 주인장이 직접 산에서 채취한 버섯을 활용해 전골을 낸다. 야생 버섯이니, 계절에 따라 그 종류는 조금씩 달라진다.

자연산 버섯전골을 주문하면 많은 밑반찬이 한 상에 깔린다. 이중 가장 특이한 것이 솔버섯이다. 얼핏 보면 소의 생간과 착각이 들 정도로 모습도, 그 맛도 흡사하다. 

한우까지 들어가 버섯 향이 진하게 우러난 국물과 야들야들 부드러운 식감에 버섯 본연의 건강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다래정의 버섯전골에는 화학 조미료도 첨가되지 않는다.

다래정은 괴산군이 지정한 건강음식점 ‘산수미’ 음식점으로 선정된 데 이어 충청북도 향토음식 경연대회 밥맛 좋은 집 부문 동상, 괴산군 향토음식 경연대회 금상까지 받았다. 

◆톡 쏘는 청량함, 깔끔한 뒷맛···목도 양조장 막걸리 
 

목도 양조장에서 판매되는 생막걸리와 목도 맑은술[사진=기수정 기자]

1931년 창업하고 39년에 건립됐으니 무려 87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전통 방식 그대로 술을 빚는 목도 양조장이다.

양조장의 문을 살며시 여니, 술이 익어가는 냄새가 반갑게 맞는다. 

누룩으로 만들고 멥쌀 고두밥으로 배양해서 효모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밑술은 다시 한번 누룩, 찹쌀 고두밥과 섞어 옹기에 맑은 물과 함께 넣고 발효시킨다. 과연 전통 방식 그대로다.

"좋은 밑술, 좋은 물, 빚는 이의 정성까지······. 삼박자가 잘 어우러지며 맛깔난 막걸리가 탄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보름이 걸려요."

이 집 주인장 유기옥 대표가 말을 건넨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곳곳에 스며있는 양조장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가업을 이어받기로 결심했고 지금도 오랜 전통의 비법 그대로, 정성을 다해 소량만 빚어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도 양조장에서 빚는 술은 두 종류다.

멥쌀과 찹쌀의 비중을 4:6으로 맞춰 빚고 전통의 동동주처럼 걸러내 조금 진한 황금빛을 띠는 것이 '목도 맑은술'이다.

목도 맑은 술은 찹쌀을 많이 사용한 만큼 단맛이 강하지만 이 술은 앉은뱅이 술이다. 14도의 높은 도수가 술의 질감을 잘 전달해준다. 

이와 함께 ‘목도 생 막걸리’를 이곳 목도 양조장에서 빚는다.

톡 쏘는 첫맛과 깔끔한 뒷맛이 구미를 당긴다. 달큼한 맛은 덜하다.

술맛만 보고 발걸음을 옮기기엔 너무 아쉽다. 양조장 안에 켜켜이 쌓인 87년 역사를 알아야 한다. 

쌀을 찌고 누룩과 주모를 만들며 술을 빚었던 방들, 마당과 사랑채와 골방, 양조장의 이야기를 담아놓은 방들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감동이다.

양조장 곳곳을 다 돌아볼 때쯤 주인장이 맛을 보라며 막걸리 요구르트 한 그릇을 가져온다. 달콤한 첫맛, 상큼한 뒷맛이다. 술향기 가득 머금은 그 맛이 가히 황홀하다. 맛의 여운이 계속 혀끝에 맴돈다.

가을이 익어간다. 술이 익어간다. 목도 양조장의 역사도 그렇게 무르익어간다. 
 

비악산 식당에서 판매되는 자연산 버섯전골[사진=기수정 기자]

다래정에서 판매되는 자연산 버섯전골[사진=기수정 기자]

술빵과 같이 먹으면 더 풍미가 진해지는 목도 양조장의 막걸리 2종[사진=기수정 기자]

목도 양조장 한켠에 마련된 방에는 양조장의 87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사진=기수정 기자]

막걸리가 빚어지는 목도 양조장 술항아리[사진=기수정 기자]

목도 양조장의 추억을 간직한 술통[사진=기수정 기자]

목도 양조장 입구[사진=기수정 기자]

유기옥 목도 양조장 대표[사진=기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