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광군제 '대박' 알리바바,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2018-11-12 15:07
또 역대 신기록 세운 중국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어디에?
2135억 위안,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5조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단 하루 만에 이 엄청난 돈을 번 주인공은 바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다.
2009년 '싱글'을 위한 할인행사로 시작해 이제는 세계인의 쇼핑축제로 거듭난 11월 11일 광군제(싱글데이)에서 알리바바는 올해도 신기록을 새로 썼다. 18만여개의 제품이 광군제에 동참했고,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쾌재'를 불렀다. 중국과 무역전쟁 중인 미국의 애플, 나이키 등도 예외가 아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파'를 겪었던 한국 브랜드들도 미소를 지었다.
중국 관영언론은 미국 보란 듯이 중국의 엄청난 소비력과 시장, 그리고 대외개방의 쾌거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광군제가 많은 기업에 이렇게 많은 이득을 안겼다며 "광군제는 세계 기업에 좋은 기회"라고 주장했다.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원하는, 달라진 중국 소비자의 수요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서 경제 세계화,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며 세계와 함께 성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상하이에서 막을 내린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도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문은 닫히지 않는다, 계속 열릴 뿐"이라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말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시도다.
그런데 알리바바의 '대박'을 중국 지도부와 알리바바가 마냥 달갑게 생각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최근 '국진민퇴(국영기업은 전진, 민영기업은 퇴보)' 논란에 휩싸였다. 민영기업을 지지한다는 당국의 입장과 다르게 오히려 국유기업의 민영기업 지분투자가 늘고 중국 당국의 입김도 여전히 거세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 것이다.
이번 광군제에도 특이한 점이 있었다. 중국 청년들이 사랑하는 창업가, 마윈 회장이 나타나지 않았다. 갈라쇼 무대에 직접 설 정도로 광군제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마 회장은 올해는 영상에서만 축하를 전했다. 내년 은퇴를 선언하고 실질적 지배권까지 내준 상황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됐다.
하지만 앞서 마 회장의 은퇴에 당국의 압박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바이두, 텐센트 등과 달리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아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이는 최근 중국 민영기업에 대한 우려와 겹치는 것으로 좌시하기 어렵다.
중국은 분명 변하고 있다. 창업과 혁신의 활기, 다양한 혜택과 당국의 지원은 중국의 '기술굴기'와 빠른 발전을 이끌어 미국까지 위협했다. 시장 문을 계속 열고 제도를 개선, 많은 기업이 진출해 성장할 토양과 기반도 닦았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그림자에서 엿보이듯 당국의 관리·감독과 통제는 여전히 강력하다. 사드로 인한 경험도 이를 반영한다.
중국의 대외개방은 세계 각국에 달가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물론 세계 기업이 중국의 '의지'를 있는 마냥 믿을 수 없고 또, 거대한 시장이 탐스럽다고 무작정 직진할 수는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