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인터뷰] 배우 최웅 "'백일의 낭군님', 쉽지만은 않았던 작품…인기보다 연기에 매진하고파"
2018-11-09 00:00
흥행한 드라마에는 모두 그가 있었다.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드라마를 이끄는 주인공의 뒤에서 밀어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연기자다. 배우 최웅 이야기다.
최웅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타고난 영민함으로 장원급제 한 후 탄탄대로만 걸어온 인물로 정제윤의 배다른 형 정사엽으로 분하며 열연을 펼쳤다. 첫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연기력과 안정적인 톤과 발성까지.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으며 또 하나의 필모그라피를 완성했다.
무더운 여름,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무사히 작품을 완주한 최웅을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백일의 낭군님’은 끝났지만 그는 여전히 웹드라마와 드라마 특별출연 등을 통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다음은 최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사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정적인 역할이 처음이었다. 서거나 앉아서 대사만 하다 보니 사실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극중 김차언(조성하 분)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직접 전장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정사엽은 문관이라 그럴 수 없었다. (웃음) 앉아서 모략을 세우는 정도였다. 첫 사극이라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정적인 역할이다 보니 그런 부분이 어려웠다. 모략꾼이지만 문관이고, 책사라서 전달하는 것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췄던 것 같다.
Q. 첫 사극이라 쉽지 않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발성이 인상적이다
-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캐릭터의 관계적인 부분이었다. 저와 극중 중전과의 관계가 좀 헷갈렸다. 중전은 우유부단하고 푼수같은 느낌이라면 저는 그 옆에서 기강을 잡아주고 조언 해주는 캐릭터였다. 특별히 하는 건 없었지만 있는 척 느낌을 갖고 연기했다. 사실 정사엽 캐릭터는 하드한 편이다. 하지만 인물들이 워낙 많다보니 마지막엔 관계 정리가 좀 안된 것 같아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움으로 남기는 한다. 극중에서 맡은 롤이 크든 작든 초반엔 관계적인 걸 보여주고 마무리가 있어야 마침표가 찍히는데 쉼표에 쉼표가 찍히는 느낌이었다.
- 조성하 선배님은 역시 명불허전이셨다. 영화 ‘황해’에서 처음 선배님을 뵀는데 되게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좋았다. 선배님들 모두 좋으시다. 제가 조성하 선배님과 20년 차이가 나는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으시다. 또 골프 이야기로 대동단결 하기도 했다. (웃음)
Q. 극중 정사엽은 악인도, 선인도 아닌 캐릭터다. 악역에 대한 갈망이 있을 것도 같다.
- 그렇다. 엄기준, 남궁민 선배님들 같은 악역을 해보고 싶다. 사실 착한 연기는 많이 해봤지만 오디션 볼 때 자유연기는 거의 사이코패스 같은 악역을 준비했었다. 제가 잘 웃고 다녀서 이미지 때문에 착한 역이 많이 들어오지만 사실 악역이 좀 매력적인 것 같다.
Q. 실제로 정제윤(김선호 분)과 동갑내기다. 함께 연기해보니 호흡은 어땠나
- 말을 놓지 못했다. 캐릭터적으로 봤을 때 ‘말을 놔버릴까?’ 싶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배역 캐스팅이 되면 그 배역에 따라 비슷하게 접근하는 스타일이다. 되게 친하면 빨리 친해져야 하는데 이 사람과 거리감이 있는 캐릭터면 굳이 당장 친해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작품을 끝내고 친해지던가 한다. 그런 것들을 현실과 좀 더 대입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직 선호 씨와 말을 못 놓았다. 제가 친화력은 없는 사람이 아닌데도 그렇다. (웃음)
Q.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 진지할 때는 진지하고 깨발랄 할 땐 깨발랄하다. 장난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한다. 또 한편으로는 자기 일도 열심히 하는 편이다. 일에 대해서는 냉정한 편이다. 또 유순하기도 하고 불순하기도 하다. 제게 ‘넌 이래, 넌 이런 사람이야’라고 이야기 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게 목표다. 그래야 연기할 때도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하는 편견이 사라질 거라 생각한다. 그게 캐릭터 접근에도 쉬울 것 같다.
Q.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태양의 후예’ 공철호 역으로 이름을 많이 알렸다.
- ‘태양의 후예’는 잘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응복 감독님, 김은숙 작가님과 송혜교 누나와 송중기 형의 복귀작 아니냐. 안 될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안되면 말이 안 되는 거다. ‘태후’는 제게는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작품이었다.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 끝나고 난 뒤 회사 문제 때문에 1년 넘게 공백기가 있었다. 남은 계약 기간을 이행하느라 쉬는 도중이었는데 ‘태양의 후예’에 캐스팅이 됐다. ‘비밀’ 때 함께 했던 감독님인데 감독님께서 ‘이 역할은 네 것이다’라고 하셨을 때 롤이 작아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흔쾌히 하게 됐다. 작은 롤이었지만 작품이 잘 돼서 기분이 좋았다. 저는 역할과 롤을 많이 따지지 않는다 인간적인 의리를 많이 따져서 작품에 임하는 편이다.
Q. ‘각시탈’ ‘비밀’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 이어 ‘백일의 낭군님’까지 잘되는 작품엔 항상 최웅 씨가 있었다.
- 이건 여담인데 ‘각시탈’ ‘비밀’ ‘태양의 후예’ 촬영 할 때 모두 바지가 터졌었다. 그런데 세 작품 모두 잘 됐다. 잘 됐던 작품에서는 제 바지가 터지는 징크스가 있는 것 같다. (웃음) 정말 운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생각하지도 못한 대본을 받아서 급하게 진행된 오디션은 오히려 다 잘됐던 것 같다.
Q.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데뷔는 2010년도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했고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어 연기 공부를 했다. 그런데 못가게 됐다. 어릴 때라 하고 싶은게 많았었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집에서 반대를 했다. 그러다가 방황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와 같은 문화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관심이 생겼다. 짜릿한 계기는 없었지만, 뮤지컬과에서 모델과로 전과한 뒤 군대를 빨리 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얼른 군대를 갔다 왔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온 뒤 2009년도에 영화를 찍으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Q. 많은 비중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 당연히 없지는 않다. 하지만 요새 주인공 개념이 작품 투자와도 연결되는 게 없지 않아서 어느 정도 연기력이 돼야겠지만 해외 팬과 팬덤도 무시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주인공에 굳이 욕심을 낸다고 해서 갑자기 주인공으로 올라서는 건 아니지 않느냐. 언젠가 때가 있다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도 열심히 제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밥 먹고 사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저는 스타의 꿈은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게 자만일 수 있고 아집일 수도 있지만 작품을 많이 한다고 인정을 받는 건 아니지 않느냐. 인기보다는 연기에 더 매진을 하고 싶다. (웃음)
Q. 마지막으로 연기자로서의 향후 계획과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 이미 꿈은 이뤘다. 다음 꿈을 위해서 더 열심히 발군하고 싶다. 꿈은 크게 꾸는 것이 좋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루지 못할지언정 가까이 다가갈 수는 있다고 했다. 친근한 배우였으면 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또 어디서나 보기 힘든 배우 말이다. 인간적인 배우가 됐으면 한다. ‘배우사람친구’가 됐으면 좋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