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한지붕 두가족' 시범사업 주민반대로 사업추진 중단

2018-11-07 16:00

 기존 중대형 아파트를 벽체수선으로 세대를 구분해 빈방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려던 LH의 '한지붕 두가족(세대구분형 아파트) 시범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7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내년 1월 착공을 목표로 세대구분형 아파트 시범사업을 추진해왔으나 대상단지 현장설명회에서 주민들이 반대해 사업추진이 불가능해졌다”며 “현재로선 시범사업 추진재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지붕 두가족 사업은 도심지 ​중대형 공동주택을 중소형 2가구(주인집+임대주택)로 리모델링해 청년 및 신혼부부 등에 저렴하게 공급하고 집주인들에게는 임대수익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지난 5월 시범사업단지로 검토됐던 용인 수지 L아파트 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결과, 주민 대다수가 사업을 반대해 기존주택 세대구분형 신주택 추진 계획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왔다. 나머지 유력 후보단지들도 반대여론이 거세 사실상 사업을 접게 됐다.

LH 관계자는 “주민들이 본인 집에 임차인이 들어온다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이로 인한 주차장 부족 등 문제점도 걱정했다”며 “단지 내 기득권층은 집값 상승에 도움이 되는 재건축이나 전면 리모델링에 관심이 높은데 부분 리모델링을 진행하면 추후 재건축이나 전면 리모델링이 어려워질까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L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은 ‘누가 이 설명회를 개최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며 “자기 집이 임대주택이 되면 아파트값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고 형편이 안 되는 게 아닌데 월세 몇 푼 받자고 굳이 집을 나눠야 하냐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국토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세대구분형 공동주택은 총량 제한이 있다. 공동주택 단지 전체 가구 수의 10분의 1, 동별로는 3분의 1 이내만 세대구분형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다. 세대구분형 주택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주차난이 발생하거나 상하수도 설비 등이 부족해지고 건물 구조도 부실해질 수 있어서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존 주택을 세대구분형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대수선'으로 분류돼 사업 추진을 위해선 각 동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입주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바람에 사업 추진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국토부에 세대수 총량 제한을 해제하는 안을 건의해보기도 했지만 이 문제가 해결돼도 다른 문제가 남아 있는 한 주민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사업을 접었다"고 전했다.

"기존 집을 쪼개는 방식은 선례가 부족해 허가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다"는 LH측의 설명도 주민 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LH공사 관계자는 "한 가구를 두 가구로 쪼개다 보면 설비가 추가되거나 벽체 일부가 훼손되는 등 변수가 따르다 보니 허가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얘기드린 것"이라며 "세대 간 내력벽 철거가 현재로썬 불가하다는 점도 향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으로 민간 주도의 세대구분형 설계 도입률도 미미한 실정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준공된 아파트 리모델링 단지 15곳 가운데 세대구분형 공동주택을 도입한 단지는 강남구 대치동 소재의 '대치우성2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하이스턴 한 곳뿐이다.
 

[사진 = LH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