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공정경제가 국가경쟁력 된다

2018-11-08 10:00
-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

[이정희 중앙대 교수.]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혁신과 성장을 이루기 위한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고 있다. 갑을문제 해소 등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과 함께 공정경제 확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하도급‧가맹‧유통 등 불공정 갑질 행위 방지 등 갑을문제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을 행하여 왔다. 1981년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도 전면개정안이 만들어져 입법예고를 마치고 입법절차를 밟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2018년 주요 업무현황’을 보고하면서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집중 및 남용 방지,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기반 조성, 혁신경쟁 촉진, 소비자 권익 보호,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등 핵심 과제의 추진현황과 향후계획을 보고했다.

그러나 한편, 공정경제 추진이 경제를 더욱 위축시켜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공정경제 확립을 위한 정책이 기업을 옥죄고 경영을 위축시키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정경제 확립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그동안 경제성장 과정에서 일어난 시장과 거래에서의 불공정 행위를 해소하고 갑을관계에서의 불공정한 갑질 행태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고 앞으로 경제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공정한 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을 미룬다면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에서 기업 수나 고용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그동안 대기업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하고 있고 그 비율도 높아져 왔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의 47%가 하도급업체이며, 하도급업체들은 매출액의 84%를 원사업자에 대한 납품을 통해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대기업의 하도급 중소기업들은 원청인 대기업만 바라보며 대기업의 경영상태나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 거래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대기업 의존의 중소기업 하도급업체들은 납품과정에서 여러 유형의 불공정거래를 경험해 왔고, 정부의 하도급 불공정 척결 의지에도 불구하고 하도급 불공정거래는 여전히 공정위의 불공정 사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고질병이었다. 과거에 비해 대기업도 개선의 노력을 많이 하고 있으며 피해 사례도 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의 불공정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불공정 행위 중 하나가 기술탈취다. 중소기업이 혁신 노력의 결과로 이뤄낸 기술개발을 대기업이 가로챈다면, 중소기업계에서 기술개발 동기가 위축되고 혁신성장은 일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 최근 기술탈취 근절을 선언했지만 대기업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물론 기술탈취 문제를 너무 경직되게 전방위적으로 다루다 보면, 대기업이 기술협력에 있어서 국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이는 대·중소기업 간 발전적인 기술협력이 줄어들면서 중소기업이 타격을 받는 부작용도 초래할 수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의 강화도 필요하지만 기업 스스로의 불공정 해소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법에 앞서서 먼저 대기업 스스로 불공정 행위를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 경영진에서는 공정거래 원칙을 내세우지만, 성과 위주의 현장에서는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대기업이 앞장서고 진정한 동반성장 문화와 행동을 보이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 이러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문화의 정착은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유발하게 되고, 결국에는 대기업도 그 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상생협력과 함께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장려하는 데 능동적으로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은 우리 경제에서 공정경제의 확립을 앞당기게 될 것이고, 공정경제의 확립은 결국 혁신성장과 국가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