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한국당 ‘몽니’ 언제까지 두고 봐야하나
2018-11-01 18:16
공연히 트집 잡고 심술부리는 고약한 성질이 '몽니'다. 비슷한 말로 어떤 일이 잘못되도록 훼방 놓는다는 ‘어깃장’도 있다. 자유한국당 행태를 꼬집는 말들이다. 어제 한국당은 조명균 통일부장관 해임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동의 없이 대북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는 게 그 이유다. “헌법정신 위반, 대한민국 자존심 훼손”도 들먹였다. 그동안 한국당이 보여준 행태에 비춰볼 때 무책임한 정치 공세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끝없는 몽니”라고 비난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전된 남북관계에 대해 국제사회는 폭넓게 호응하고 있다. 그런 흐름에서 한국당만 유일하게 동떨어져 어깃장을 놓고 있다. 판문점 비준 선언은 반대하고 평양공동선언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시비다. 이제는 장관까지 해임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당 몽니’는 남북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인사 추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까지 사사건건 문제 삼고 있다. 사안마다 파행이 반복되면서 국회에 대한 불신만 쌓인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최고 사법기관이다. 국민 기본권과 밀접하게 관련된 곳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인사 추천을 고의적으로 지연시켜 파행을 초래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 정족수(7인)를 채우지 못해 한 달 동안 기능이 마비됐다. 대법관 공백도 현실로 나타났다. 김소영 대법관 퇴임함에 따라 2일 신임 대법관이 임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당이 인사청문 위원 추천을 미룬 탓에 빈자리가 됐다. 한국당은 자당 몫 위원(5인) 추천을 질질 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을 제출한 것은 10월 16일. 지난 달 29일이 처리 시한이었다. 그런데 경과보고서 채택은커녕 인사청문특위조차 못 꾸리고 있으니 한심하다. 앞서 한국당은 헌법재판관 인사청문 과정에서도 몽니를 부렸다. 자신들 추천 몫 3인 선출을 미루는 바람에 한 달 동안 기능을 못하게 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인선을 정쟁 대상으로 삼은 한국당 행태를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은 싸늘하다.
한국당 몽니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 출범을 방해하고 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한국당만 조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출범을 못하고 있다. 여야 4당은 “특별법이 시행된 지 50일 가깝지만 한국당 때문에 한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을 같이했다. 한국당은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조사위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과 폭력·학살·암매장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다.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5.18은 비극이다. 부당한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한 시민이 숨졌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행방불명자도 다수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슬픔 속에 있고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은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다. 그것은 국가가 감당해야 할 마땅한 책무다.
거듭된 한국당 몽니 열전은 국회 운영 제도 개선 필요로 이어진다. 지금처럼 특정 정당이 자신들 몫을 볼모로 지연시킬 경우 제어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 추천 제도를 악용한 고의적인 훼방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생산적인 제도 개선을 고민할 때다. 당리당략에 좌우돼 인사청문과 조사위 활동을 무산키는 행태가 더 이상 반복 돼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법 제9조 3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치지 아니한 때 의장은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라는 게 자의적이며 모호하다. 정해진 기한에 추천하지 않으면 추천된 인사만으로 활동이 가능한 방향으로 국회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당은 관성적인 흠집 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 정부여당 견제라는 책무를 다하되 제1 야당에 걸맞은 행보가 뒤따라야 한다. 제1 야당은 ‘몽니’가 아니라 ‘대안 정당’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