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11월 정국 고심...경제·비핵화프로세스·여야 협치 난제

2018-11-01 14:29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한반도평화ㆍ민생경제에 초당적 협력 요청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전과 예산 정국이 치열하게 펼쳐질 11월이 시작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악재로 인해 불안한 경제상황, 북·미간 힘겨루기 속에서 답보 상태인 비핵화프로세스, 여야간 대치 속 실종돼버린 ‘협치’는 문재인정부에 놓인 3대 난제다.

먼저 △주력산업인 제조업 침체 △미·중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수출과 성장 둔화 △고용악화 △증시 폭락 등 우리 경제에 사실상 빨간불이 켜졌다. 민생경제 침체로 인한 여파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후 83%까지 올랐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50%대로 내려앉았다.

문 대통령은 1일 국회에서 가진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심화된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맞춰 ‘포용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 정책 기조를 꿋꿋이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여력이 있다면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경기둔화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IMF, OECD 등 국제기구도 재정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규모 복지 및 일자리 예산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경제분야의 가장 큰 목표임을 재확인시킨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자리를 통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게 돕고, 혁신성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대폭 늘린 혁신성장 예산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는 일자리 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용 지표가 더욱 악화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연설의 두 번째 키워드는 ‘한반도 평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안전판인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를 우회적으로 촉구하며, 우리 정부의 중재로 이뤄지는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 동북아 정세를 거론하며 "한반도와 동북아 공동번영을 향한 역사적인 출발선이 눈앞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연기되는 등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동하겠다는 시나리오가 불투명해졌다.

문 대통령의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에 국제사회의 호응은 크지 않았고, 오히려 ‘남·북 관계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미국과 엇박자 논란이 일고 있다.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던 남·북 철도연결, 북한 내 양묘장 현대화 등 남·북 경제협력사업은 대북제재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도, 야당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 남·북이 10월에 진행하려던 각종 행사도 줄줄이 연기되는 등 남·북 관계에 이상기류도 감지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진 속에서 이뤄지는 시 주석의 방북은 북한 비핵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이번 달에도 각종 다자정상회의를 통해 한반도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에게 절박한 카드는 여야 협치다. 대내외 경제 악화로 어려워진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과 비핵화 동력이 될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열쇠는 결국 여야 협치에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포용성장을 비롯,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등 자신이 강조하려는 주요 대목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 의석을 바라보며 연설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후 연단에서 내려와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의석 쪽을 돌며 야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 눈인사를 나눴다.

이는 야당 의원들에게 직접 다가가 국정 운영에 협조를 구하고, 산적한 쟁점 현안을 풀기 위한 여야 협치 의지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여야 협치의 중대 분수령은 오는 5일 예정된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고용세습 국정조사,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임명 철회, 조명균 통일부 장관 해임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를 거부할 경우 협의체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내외 경제여건이 갈수록 악화돼 민생문제에 대한 초당적인 대처를 바라는 여론을 의식 ‘윈-윈’하는 절충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