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정점 지났나…곳곳에 '내리막' 신호
2018-10-28 07:04
3분기 성장률 3.5% 선방했지만, 성장둔화 우려 확산…증시·통화정책 등 영향 촉각
미국 경제의 성장둔화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뉴욕증시의 파란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6일 3분기 성장률이 3.5%(전분기 대비 연율)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기대치(3.4%)는 넘겼지만, 2분기의 4.2%엔 한참 못 미쳤다. 물론 2009년 이후 성장률이 대개 2%안팎이었던 데 비하면, 올 1~2분기 성장세는 10년 만에 가장 강력했다.
같은 날 뉴욕증시는 반등 하루 만에 다시 떨어졌다. 실적 우려와 관련한 기술주 부진에 성장둔화 우려가 맞물린 결과다.
WSJ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력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성장률이 내년 1분기와 3분기에 각각 2.5%, 2.3%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성장률이 2021년에 1.8%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경기침체가 임박한 건 아니지만, 경기확장세는 이미 정점에 도달했는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경제는 2009년 3분기에 금융위기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줄곧 성장했다. 내년 7월이면 역대 최장기 확장 기록이 된다.
그는 소비가 늘어난 건 감세 덕분인데, 이 효과는 보통 관련 입법 이후 첫 2개월간 반짝 나타난 뒤 8분기에 걸쳐 시들해진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저축과 낮은 실업률이 그나마 소비가 급감하는 걸 막아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개인소비지출은 3분기에 4% 늘어 증가폭이 2014년 4분기 이후 가장 컸다.
백악관과 의회가 지난 2월 연방정부 지출을 3000억 달러 늘리기로 합의한 것도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문제는 이 합의가 내년 9월이면 끝난다는 점이다. 재정지출 확대 효과를 연장하려면 추가 합의가 필요한데 예산 문제는 만만한 게 아니다.
개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성장세를 좌우할 '와일드카드'로 기업들의 투자를 꼽았다. 백악관도 지속적인 3%대 성장 목표 달성 여부가 기업투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춘 이유다.
기업투자가 올 1분기에 11.5% 늘면서 전략이 통하는 듯 했지만, 3분기에는 증가세가 0.8%로 쪼그라들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베스 앤 보비노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감세 조치 이후에 일어난 변화라 더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백악관이 감세 효과로 기업투자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러기엔 미·중 무역전쟁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의 투자행보는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 특히 금리인상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나 기계설비 등에 투자를 늘려 생산성을 높이면,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압력이 낮아지는 셈이다. 반대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면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안 그래도 금리에 민감한 부문은 이미 연준의 금리인상 후폭풍을 겪고 있다. 주택건설이 대표적이다. 지난 6분기 동안 5분기나 위축됐다. 아울러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는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연준은 올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세 번이나 올렸다.
개펀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성장둔화 낌새를 알아차린 게 최근 뉴욕증시가 급락한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몇 개월간 이어진 전문가들의 경고를 이제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