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교착…美 "양보안 먼저" vs 中 "협상재개 먼저"
2018-10-26 10:57
WSJ "美, 中 구체적 제안 없으면 협상 재개 안 할 것"
미국은 중국이 기술이전 강요를 비롯한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않는 한 무역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양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같은 교착상태 탓에 다음달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은 다음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회담할 계획이다.
미·중 무역협상은 지난달 중순부터 중단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폭탄관세를 물리기로 하면서다. 미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세율을 25%로 높일 계획이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중국은 9월 중순 이후에도 미국에 협상 재개를 요청했지만, 데이비드 맬퍼스 미국 재무부 차관이 중국의 공식적인 제안이 있을 때까지 협상을 재개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이 (G20 정상회의 내 회담이) 의미 있는 만남이 되길 바란다면,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며 "그들이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면, 결실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WSJ는 중국이 이같은 우려를 하는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1999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이 한창일 때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주룽지 당시 중국 총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 제안에는 대폭적인 양보와 함께 중국 경제를 재편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이 뒷걸음질치지 못하게 이를 공개해버렸다. 이 결과, 주 총리는 중국에서 강경파의 표적이 됐고, 몇 달간 더 이어진 협상에서 중국은 처음 제안한 것과 비슷한 내용의 합의를 수용해야 했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WSJ와 한 회견에서 "먼저 자리에 함께 앉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은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 전에 협의를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전 협상에서 미국 측 협상대표들이 중국의 제안을 수용하는 듯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중국이 협상을 질질 끌다가 미·중 정상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내려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이같은 합의가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의미없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중국 관리들이 신중한 회담 준비로 정평이 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직감을 믿는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