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논설실]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에 600년전 그분이 혀를 차는구나
2018-10-25 10:26
# 저런 대한민국
먼저 임병식위원의 칼럼은 조선조 세종대왕 시절에 함경도 관찰사와 대사헌을 지낸 정갑손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 꼭 모셔와야할 분이네요. 정갑손은 지방의 공무원시험이라 할 수 있는 향시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들이 합격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아들이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내게 아부하려고 합격자 명단에 그 아이를 올려놨구나."
정갑손은 즉각 시험을 관장한 관리를 파면시켰고, 아들 이름을 지웁니다. 사실 그 아들은 과거에 합격할 만한 실력을 갖췄지만, 아버지의 서슬 퍼런 말씀에 고개를 숙이며 그 결정에 따릅니다.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지만, 요즘의 일에 비춰보면 참 멋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기관 13곳에서 고위직 직원의 자녀나 친인척 채용비리가 속속 드러나 야당들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국회에 제출하는 지경에 이른,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누추한 민낯에, 임위원은 600년전 정갑손의 분노를 찬물처럼 끼얹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가뜩이나 최악의 실업률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얌체 채용으로 기회마저 박탈하는 그들에게, 임위원은 1980년대 최루탄과 벽돌이 난무하던 대학시절의 기억을 꺼냅니다.
세상이 그토록 어지럽던 때에도, 공기업의 시험은 엄정하고 공정했으며, 100% 시험성적으로 뽑기에, 지방대학 출신이라도 학벌의 차별없이 입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근본적인 기강과 품위마저 잃어버린 최근의 공직자 세태에 600년전 정갑손이 지하에서 혀를 차는 듯 합니다. 이걸 보니 대한민국, 정말 부끄럽습니다.
# 이런 대한민국
백준무 기자의 날짜 속 이야기는 2012년 10월25일 미국의 음악전문지 빌보드 표지에 가수 '싸이'가 등장했던 사건을 꺼냅니다. 한국의 대중가수가 빌보드 잡지의 주목을 받았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죠. 녹색 턱시도를 입고 말춤을 추는 장면에 '5억명의 싸이 팬들이 틀릴 리가 없다'는 헤드라인을 달았습니다. 그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수 5억건을 넘은 것에 대한 찬사였습니다. 각국의 정상들도 따라 춤추던 말춤은, 세계를 뒤흔든 '한국적 흥과 신명'이었습니다. 6년전 5억이던 강남스타일 조회수는 지금 32억으로 늘어나 있습니다.
사실 이 기사가 '추억 돋는' 스토리가 되는 까닭은, 최근 미국잡지 타임의 글로벌판 표지 모델에 방탄소년단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싸이의 신화를 넘어서서 지구를 흥분시키고 있는 이 소년들은 지난5월과 9월 두차례 빌보드200 차트에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유엔총회에서 청년들에게 '당신 자신을 사랑하라'고 외치며, '미래 세대'의 가치를 주창하는 최고의 아이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싸이와 방탄의 위대한 비상은, 한국인이 지닌 재능과 매력이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를 맞아 세계의 문화융성을 주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걸 보니 대한민국, 정말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