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4.0, 기업보다 브랜드(중)] PB제품 전성시대…가성비에 '프리미엄' 더하기

2018-10-17 07:57
유통업계 자체브랜드 주력…신세계, 노브랜드ㆍ피코크로 확고한 입지
롯데百 '엘리든'ㆍ현대百 '원테이블' 고급화 선도…편의점도 경쟁 치열

이마트의 노브랜드 제품들. [사진=이마트 제공]


유통업계에서는 일명 자체브랜드로 불리는 PB(Private Brand) 제품의 시장이 최근 수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유통업의 위치에서 나아가 고객의 신뢰도를 높이고 가치창출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으로 풀이된다.

PB상품을 확대하는 움직임에는 유통채널의 규모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대형마트에서부터 소규모의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전 채널영역에서 'PB전쟁'이 이뤄지고 있다.   

유통업체 중 PB상품의 확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신세계그룹은 자사의 할인점인 이마트를 통해 PB제품인 노브랜드와 피코크로 이미 시장에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다. 두 브랜드 모두 가공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제품의 성격은 다르다. 노브랜드는 비교적 가격경쟁력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성했으며 피코크는 상품의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PB상품을 앞세워 신세계는 전문점의 출점까지 병행하고 있다. PB상품만 모아둔 전문점을 열어 브랜드 가치의 제고는 물론, 회사의 이익률이나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에도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가전용품을 취급하는 일렉트로마트와 최근 확장세가 거센 잡화쇼핑몰 삐에로쑈핑 등도 매장을 늘리며 다양한 영역의 전문점을 확대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역시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있다. 이 같은 전문점은 신세계나 이마트 등 모회사의 브랜드를 결코 앞세우지 않는다.

유통거인 롯데도 다양한 영역에서 PB상품을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온리 프라이스' '요리하다' 등 영역에 맞는 PB상품을 배치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있다. 마트가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심으로 PB를 구축했다면 롯데백화점에서는 고급화 PB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6년 롯데백화점은 통합 PB 브랜드인 엘리든(ELIDEN)을 선보이며 패션PB 8개와 리빙전문 PB까지 총 9개의 자체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또 롯데홈쇼핑에서도 고급화 PB제품으로 성과를 거뒀다. 롯데홈쇼핑이 론칭한 PB브랜드 ‘LBL(Life Better Life)’은 최고급 소재로 인식되는 캐시미어로 만든 의류제품들을 선보이며 유행을 선도했다는 평가다.

식품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던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PB제품인 ‘원테이블’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그간 간편식이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많았다면, 원테이블은 프리미엄급 상품의 영역을 더욱 확대시켰다. 갤러리아백화점도 명품 식품관인 고메이494가 이미 자리를 잡아 하나의 브랜드로 더 익숙하게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편의점 시장도 PB 전쟁이 뜨겁다. 과거에는 주로 담배와 주류가 판매되며 채널별 특징이 드러나지 않는 공산품이 취급됐지만 현재는 다양한 PB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각 사에서 출시하는 PB상품을 사기 위해 그에 맞는 편의점을 들려야 되기 때문이다.

편의점 PB의 역사는 의외로 긴 편이다. 세븐일레븐은 2008년 PB브랜드 세븐셀렉트를 선보였지만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시기는 2015년 즈음이다. GS리테일이 2015년 유어스를 출시하고, 이듬해에 CU가 헤이루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가열됐다. 현재는 PB제품이 편의점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최근 편의점의 PB제품은 각 업체의 자존심이 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각 유통채널의 경쟁이 거세지고 시장은 포화상태에 도달하면서 업체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방편으로 PB시장이 생겨났다"며 "현재는 PB제품이 그 기업의 정체성을 대변하기 때문에 제품의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